권오수 협박한 김만배…'도이치 주가조작 공모단절' 근거로
김여사 계좌, 1·2차 작전에 모두 활용…'인식 여부' 입증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공소시효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개입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만배 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협박한 정황 등을 살펴보면 이른바 '1차 작전' 시기와 '2차 작전' 시기 사이에는 공모관계의 단절이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전체 기간이 하나의 범행이라고 본 검찰의 주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만배, 1차 주포 요청으로 권오수 협박…"은팔찌 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도이치모터스 판결문에서 김만배 씨의 개입에 따라 '범의'(범행 의사)가 단절됐다고 판단한 추가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09년∼2012년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등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의혹이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주가조작을 2010년 10월 2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1차 작전 시기, 이후를 2차 작전 시기로 분류했다. 1차 시기의 '주포'는 이모씨, 2차 시기의 주포는 김모씨다.
1차 시기 주포였던 이씨는 주가 부양에 실패해 2010년 10월께 권 전 회장과의 신뢰관계가 파탄 나자 주가조작 시도를 약점 삼아 권 전 회장에게서 돈을 뜯어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씨는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을 의뢰했다'는 자필 진술서와 허위 차용증을 작성한 뒤 인맥을 활용해 압박에 나섰다.
이 대목에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만배 씨가 등장한다. 당시는 대장동 사업 시행 전이었다.
이씨로부터 진술서와 차용증을 넘겨받은 김만배 씨는 2011년 5월 권 전 회장을 찾아가 '이씨에게 채권·채무가 있으면 다 정리해라. 안 그러면 은팔찌를 찬다'고 말하며 협박했다.
권 전 회장은 공범들에게 '도이치모터스 관련 일을 정리하자'고 말할 정도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김만배 씨의 협박을 정리한 것은 2차 시기 주포인 김씨였다.
김씨는 김만배 씨와 같은 언론사 출신인 지인을 통해 자리를 마련해 협박을 무마했다. 이 지인은 2021∼2022년 천화동인 1호를 통해 허위 급여 4천500만원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항소심 재판부 "관계 단절된 뒤 다시 시세조종 의뢰한 것"
김만배 씨의 개입은 이씨와 권 전 회장 등이 1차 시기의 주가조작으로는 처벌받지 않게 된 근거 중 하나가 됐다.
검찰은 주범인 권 전 회장의 범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기에 2009년부터 시작된 1차 작전 시기도 포괄일죄(수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를 구성) 묶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가 인정되면 공소시효(10년)는 마지막 범죄 행위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시효가 지난 1차 작전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만배 씨의 협박 등으로 미뤄 1차 작전과 2차 작전은 서로 구분되는 별개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범의의 갱신'이 있어 1차 작전은 하나의 범죄로 묶을 수 없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1심 판단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이씨와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후 2010년 10월 주포를 김씨로 정해 시세조종을 다시금 의뢰했다"며 "김씨는 이씨의 범행을 승계한 것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시세조종 범행이 성립된 것으로, 1단계와 2단계 범행은 분리된 관계"라고 판시했다.
이씨의 의도에 따라 김만배 씨가 권 전 회장을 협박하고 반대로 2차 주포 김씨는 이를 무마한 과정 등을 종합하면, 서로 불신하는 관계이던 두 주포가 동일한 주가조작을 승계한다고 인식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권 전 회장 역시 이씨의 압박 등을 계기로 어느 정도 시세조종을 포기했다가 우연히 만난 김씨의 제안에 따라 새롭게 범행 의사를 갖게 된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주포 이씨가 자신을 미국 유명 MBA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등 투자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주식 및 금융 전문가 '존 리'로 소개한 것이 모두 허위였다는 사실을 권 전 회장이 알게 된 점도 신뢰 관계 파탄의 계기로 봤다.
김여사 연루 의혹과도 상관관계…1차 주포와 연락 정황 더 많아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공소시효 판단이 주목받는 것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도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의 지인인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초기 투자자로, 권 전 회장의 소개로 1차 주포 이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맡겼다.
1차 작전 기간에 김 여사가 이씨와 직접 소통하거나 요구를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나눈 통화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이씨를 가리켜 "그분이 더 원하시면 해주세요", "앞으로 도이치모터스 거래를 할 때요, 저하고 그분 말고는 거래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김만배 씨의 개입 등을 검토한 법원 판단에 따라 이 부분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내용이 됐다.
물론 1·2심 판결을 통해 김 여사의 계좌는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활용된 것으로 인정된 상태다.
다만 2차 시기와 관련해서는 김 여사가 직접적으로 주포 김씨와 소통했다고 볼 정황은 아직 드러난 바 없다.
아울러 김 여사를 방조 혐의로라도 기소하려면 단순히 주범들과 소통한 정황을 넘어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조만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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