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공예트렌드페어>의 발견, 한국 공예의 새로운 챕터

오늘의 한국 공예는 장인 정신과 실용성에만 힘을 싣지 않는다.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며 다양한 요소를 긴밀하게 엮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경계를 지우고, 장벽을 허물고, 분야를 초월해 흘러간다. 단편적인 미학을 넘어 다양성을 포용하는 디자인,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틀을 깨는 움직임,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정서를 담은 접근법까지. <2025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발견한 한국 공예의 흐름을 탐색해본다.

신진 공예가 23인의 참신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 ‘더 넥스트’ 전시.

최근 한국 공예는 전통을 재해석하고 확장하면서 국내외 예술 시장에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한국 공예가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몇 년 새, 세계적인 권위의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고상 수상자로 정다혜 작가가 선정되는가 하면, 글로벌 디자인의 최전선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대규모 한국 공예전이 열리는 등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과 원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수집가들은 한국 특유의 미학이 담긴 달항아리, 나전칠기 등에 주목하고, K-팝과 K-드라마 등에 쏟아진 국제적인 관심이 K-공예 영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 <2025 공예트렌드페어>에서도 한국 공예를 주도하는 움직임들을 또렷이 감지할 수 있었다.

더 유연하고 자유롭고 과감하게. 소재와 기법, 표현의 확장

유리의 고정된 이미지를 과감히 벗겨낸 이규홍 작가. 유리를 빛과 시간, 기억이라는 조형적 요소로 확장한다. 이때 ‘단단한 고체’가 아닌 ‘빛이 흐르는 공간’으로 구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 공예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창작의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는 점에 주목할 것. 작품 한 점 한 점에서 작가 개인의 독창적인 세계와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형태는 매우 다채롭게 나타난다. 우선 소재 측면에서 나무, 흙, 섬유 등 전통적인 요소를 넘어 산업 폐기물, 식물성 소재 등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패턴의 변주 또한 뚜렷하게 나타난 변화 중 하나. 과거에는 단순한 반복 문양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넘나드는 듯한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이끌어낸다. 형태의 리듬감, 색채 대비, 선의 방향이 공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작품 안과 밖을 동시에 바라보는 통합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 기술의 접근법 또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다.

1, 2 황준호 섬유공예가는 불교적 윤회사상을 작품에 담아낸다. 원단과 구슬, 케이블타이를 주재료로 전통 염색법인 홀치기염을 현대적으로 변용했다. 구슬은 잡념과 감정을 상징하며, 이를 묶고 봉하는 과정은 번뇌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예술적 생명을 재탄생시키는 수행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 공예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교차점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 조형 요소와 기법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거나 신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공예가들은 한국 공예 특유의 미학을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과 과감한 실험을 접목하며 독창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작품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작품을 제작하거나, AR 기술로 제작 과정을 전시하며 관람객의 몰입을 돕기도 한다. 기술이 전통 공예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도구로 쓰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을 더하다, 순환하는 디자인

하성욱 작가는 폐가죽과 종이를 활용해 도시의 기하학적 구조와 동식물의 유기적 형상을 결합한 조각을 선보였다.

예술 작품을 소비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이가 많아졌다. 이는 공예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한국 공예계에도 지속 가능한 소재와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에 주목하는 작가가 부쩍 증가했다. 재활용 소재나 버려진 금속 조각, 폐유리 등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작품과 업사이클링 공예품이 꾸준히 등장하는 추세다.

에디터 | 김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