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아래 타임캡슐' 무방비 30년…대구 최초 '공룡발자국 화석' 사라질라

지난 2022년 10월 신천 하상의 공룡발자국 화석 일부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 최초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30년 간 무방비로 방치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역사적 가치에 걸맞는 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대구시와 학계에 따르면 대구 도심부를 흐르는 신천 동신교와 수성교 사이 일대에 위치한 공룡발자국 화석은 지난 1994년 시민 한상근 씨 제보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는 대구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것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발자국으로 분석되며 60여 개에 달하는 발자국이 보행렬을 이루고 있는데, 대체로 용각류와 조각류의 초식공룡, 그리고 육식공룡인 수각류의 발자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 학자로, 당시 현장을 확인했던 양승영 경북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인구 250만명의 대도시 도심에 공룡발자국이 선명하게 발견된 곳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대단히 희귀한 것이고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발견 당시 지질학적으로 접근해 보존했으면 지금쯤 대구시민들의 귀중한 보물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는 자연하천 기능 회복과 안정적인 치수 능력 확보를 위해 추진한 대구시의 신천 정화 사업에 따른 수중보(동신보) 설치로 수량이 늘면서 공룡발자국 화석은 물속에 수년 동안 잠겨있는 상태다.

특히 공룡발자국 화석은 침식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화석 훼손으로 발자국 일부 형태가 변형되고 있어 학계에서는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보 위치를 재조정하거나 수위·수량 조절을 통해 수중에 잠겨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보존하고 시민들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중점 추진사업인 '신천 수변공원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대도시 도심지에 분포하는 장소성, 희소성으로 중요 자연문화재로 분류되지만 보호와 관리를 위한 대구시의 조치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보 조정을 통해 한 달에 한번이라도 개방해 시민들과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해야 한다. 물때를 맞춰야 볼 수 있는 역사관광지로 오히려 더 특색이 있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구시는 지난 2016년 추진했던 신천프로젝트의 공룡놀이마당(사업비 20억원) 구축 사업은 사실상 보류하고, 현재 화석 일대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 방식으로 구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신천 전체의 물 흐름에 어떤 지장이 있는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보존 가치와 시민들의 접근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강은경 기자 ekk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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