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한계를 넘어 위대함을 좇는 박민지 최초 단일 대회 5연패 정조준

- 6일 개막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 시즌 첫 승, 통산 20승 야망
- 장타자 유리 성문안CC 개최 변수
- 나달 프랑스오픈 5연패 금자탑
박민지(27·NH투자증권)가 6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새로운 이정표에 도전합니다. KLPGA투어 사상 최초의 단일 대회 5연패를 노리는 겁니다.
박민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4연패 역시 KLPGA투어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이제 자신이 새롭게 작성한 역사를 스스로 넘어서겠다는 각오입니다.
박민지가 정조준하고 있는 단일 대회 5연패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에서 개최된 미즈노 클래식에서 딱 한 번 기록했을 뿐입니다.
전대 미답의 새로운 봉우리를 향한 박민지의 발걸음은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통산 19승을 달성한 뒤 23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습니다.

<사진> 박민지의 안정된 드라이버 티샷. KLPGA 제공
하지만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며 샷 감각을 되찾았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최종 3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티오프하고도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 멀어진 대목은 아쉬워 보입니다. 그래도 마지막 18번 홀(파5)를 버디로 홀아웃하며 기분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시즌 9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한다면 5연패와 함께 20승 고지에도 오를 수 있어 여러 토끼를 잡게 됩니다.
KLPGA투어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은 고 구옥희와 신지애가 공동으로 갖고 있는 20승입니다. 박민지가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풀게 되면 살아 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라섭니다.
박민지가 온통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이번 대회 장소는 강원 춘천의 성문안CC입니다. 2021년 박민지가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처음 들어 올린 코스는 경기 고양시 서서울CC였습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강원 양양군의 설해원CC였지요.
이번에 처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를 유치한 성문안CC에서는 2023년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민지는 2라운드 합계 4오버파 148타를 쳐 컷 탈락했습니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라는 분석이 나와 박민지와는 다소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 E1 채리티 오픈 우승자는 폭발적인 파워로 유명한 방신실이었습니다. 박민지는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34.5야드로 64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여자골프 전문가는 “박민지가 최고 전성기 때 보여준 예리함과 집중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문안CC는 페어웨이가 넓고 이렇다할 특징이 없어 변별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 5연패라는 확실한 목표를 향한 동기부여가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박민지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MHN 제공
애초 박민지는 5연패 도전조차 물 건너갈 뻔했습니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KLPGA투어가 처음 발표한 2025시즌 경기 일정에 보면 미확정 상태여서 ‘OO 여자오픈’이라고만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4월 개최가 확정되면서 대기록 도전의 무대가 성사된 겁니다. 박민지는 “같은 대회가 매년 열리기도 쉽지 않은데, 5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영광이다. 개최를 확정해 주신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도전은 언제나 뜻깊다. 5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된 만큼, 모든 집중력을 쏟아붓는 플레이로 우승을 노리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박민지는 지난해 우승 후 삼차신경통에 시달리는 사연을 공개하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통증이 하도 심해 “칼로 누가 쑤시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밖에 나가지 못했고, 머리를 잘 감지도 못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외출할 때 헬멧을 쓸까, 고민했다고도 했습니다. 헬멧이 바람을 막아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기록 달성의 부담과 자신을 괴롭힌 병마와 싸워 이긴 박민지가 올해에는 어떤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벌써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마침 이 대회의 슬로건은 ‘한계를 넘어 위대함을 향한’이라고 하네요.
LPGA 투어에서 소렌스탐 다음으로 단일 대회 연속 우승을 기록한 주인공은 로라 데이비스입니다. 데이비스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에서 4연패를 이뤘습니다.
PGA투어에서는 진 사라젠(마이애미오픈), 월터 헤이건(PGA챔피언십), 타이거 우즈(베이 힐 인비테이셔널)가 같은 토너먼트에서 4회 연속 우승을 기록한 게 최다 기록입니다.

<사진> 2025 프랑스오픈에서 한자리에 모인 남자테니스 ‘빅4’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머리.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시야를 골프와 같은 대표적인 개인 종목인 테니스로 돌려볼까요. 현재 파리에서 뜨거운 대회 열기를 뿜어대고 있는 프랑스오픈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흙신’이라 불릴 만큼 눈부신 업적을 쌓았습니다. 나달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연패를 이룬 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연패 했습니다. 2015년 우승 행진이 멈췄지만 2017년부터 다시 4년 연속 정상에 올랐습니다. 나달이 갖고 있는 프랑스오픈 통산 14회 우승 역시 최다 기록입니다.
흔히 테니스에서는 프로 선수의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는 오픈 시대라고 합니다. 오픈 시대에 윔블던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비외른 보그(1976∼1980년)와 로저 페더러(2003∼2007년)가 갖고 있는 5연패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글= 김종석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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