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이달 말까지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2년 만이다. / 사진=롯데온 제공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이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끊고 첫 흑자 전환을 이루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업 축소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핵심 사업 이관과 대표 직급 하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롯데온이 독립 사업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관측도 커지고 있다.
1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지난 15일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롯데온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4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이 다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흑자 전환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 회사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2년 1559억원에서 2024년 685억원, 2025년 294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8억원까지 축소됐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2분기 적자는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손익분기점(BEP) 달성과 흑자 전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령탑에 오른 추대식 신임 대표(전무) 체제의 핵심 과제다. 추 대표는 2017년 롯데백화점 e커머스부문장을 맡은 이후 롯데온 백화점·뷰티본부장과 기획관리본부장을 거치며 이커머스와 재무·기획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외형 성장에 방점을 찍었던 외부 영입 기조 대신 내부 기획통을 전면 배치한 것은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온이 계열사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는 후방 조직으로 축소되거나 사업부 해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 측은 "패션·뷰티 등 경쟁력이 검증된 카테고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추가 투자와 마케팅 집행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높은 본사 운영비를 감수하며 독립 사업부 체제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온은 최근 수년간 직영 사업을 정리하며 조직의 성격을 크게 바꿔왔다. 2023년 4월 백화점몰 운영권을 백화점 사업부에 넘긴 데 이어, 2024년 10월에는 핵심 자산으로 꼽히던 신선식품(e그로서리) 사업까지 롯데마트로 이관했다. 현재 롯데온은 중개 중심의 순수 오픈마켓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마트(제타)와 백화점(롯데백화점몰)이 각각 자체 온라인 채널을 안착시키면서 계열사와의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군 헤드쿼터(HQ) 체제 해체와 대표 직급 하향 조정 역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계열사별 독자 생존 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롯데온은 유통군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부사장급이 맡아왔던 대표 직급이 이번 정기 인사에서 전무급으로 낮아진 점 역시 오픈마켓 중심 이커머스 사업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티메프 사태' 이후 오픈마켓 모델에 대한 신뢰까지 약화되면서 대기업 계열 플랫폼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 체제로 전환하며 재무 부담을 줄였고, 11번가 역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중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온은 핵심 사업이 잇따라 계열사로 이관되면서 그룹 내 존재 이유가 과거보다 약해진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까지 악화된 만큼 대규모 투자를 재개하기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한 채 사업을 유지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조직 규모를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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