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생각이 다른 투수와 포수
스코어 8-7이다. 치열한 승부가 이어진다. 앞서는 홈 팀의 7회 말 공격이다. 1사 1루. 최원준이 도루로 득점권을 점령한다. 타석에는 최형우다. 전날 만루홈런의 주인공이다. (10일 광주, LG-KIA전)
카운트가 3-0으로 불리해진다. 포수 박동원(33)이 멀찍이 빠져 앉는다. 승부는 무리다. 그냥 1루를 채우자. 그런 뜻이다. 하지만 투수는 아닌 것 같다. 김진성(38)의 4구째는 다른 생각을 담았다. 142㎞짜리 직구가 한 가운데 존을 통과한다. 스트라이크다.
이대형 SPOTV 해설 위원이 웃는다. “거부합니다. 김진성 선수가. 지금 (포수가) 완전히 빠져 있는데, 가운데로 들어가 버렸어요.” 포수가 일어선다. 왜 이러냐는 얼굴이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한다. 1루로 내보내자는 신호다. 그런데 투수의 표정이 묘하다. “지금 김진성 선수는 승부를 하고 싶은가 봐요.” (이대형)
5구째. 절충안이 등장한다. 포크볼을 바깥쪽에 떨어트리라는 사인이다. 헛스윙이면 고맙고, 아니면 볼넷을 주겠다. 그런 의도가 담겼다.
그런데 정작 투구는 가운데로 온다. 포크볼은 맞는데, 버리는 투구가 아니다. 정확히 존의 낮은 곳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는다. 박동원이 공을 덮듯이 잡은 탓이다. 그러니까 좋은 판정을 받기 위한 프레이밍(미트질)을 하지 않은(혹은 못한) 것이다.
볼넷이다. 투수는 뒤로 돌아선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시 이대형 위원이 등판한다. “지금 뭔가 호흡이 안 맞고 있죠. 김진성 선수는 승부를 하고 싶고, 박동원 선수가 프레이밍을 했으면 어떻게 판정받을 지 모르겠지만. 이 두 선수가 뭔가 호흡이 안 맞았습니다.”

7회가 끝난 뒤 중계 카메라에 잡힌 장면
위기는 1사 만루로 깊어진다. 그러나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김선빈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지긋지긋한 7회 말이 끝났다.
이닝 교대가 이뤄진다. 이 순간 중계 카메라에 뭔가 잡힌다. 김진성의 울분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덕아웃을 지나 복도로 들어선다. 동시에 글러브를 벗어 힘껏 팽개친다. 어수선함에 근처 선수와 스태프들이 돌아본다.
몇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행동이다. 우선 역전을 허용했다는 자책이다. 등판 직후 최원준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자신의 책임 주자는 아니지만(정우영 책임 주자) 실점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당수 팬들은 5구째 순간을 지적한다. 분명한 스트라이크인데 박동원이 프레이밍을 포기해 볼넷을 준 장면 말이다. 이 위원이 말한 ‘승부하고 싶은데, 포수와 호흡이 맞지 않았던’ 그 대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진짜 착한 선수인데,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봄.’ ’대놓고 무시한 것 아닌가, 나이 차이도 나는데.’ ‘박동원이랑 싸인 안 맞아서 빡친 건가.’ ‘아무리 그래도 끝까지 미트질은 해줘야지. 덮밥(미트로 덮듯이 공을 잡는다는 말)은 좀….’
포수를 두둔하는 의견도 많다. ‘승부할 상황이 아니다. 무리할 필요 없었다.’ ‘존을 통과했으면 (스트라이크로) 잡아줘야지. 심판이 문제다.’ ‘이미 3볼 상황에서 거르자고 사인 냈는데, 김진성이 오버한 거다.’ 일부 팬들은 예전 일도 떠올린다. 조인성과 심수창의 해프닝이다. ‘내일 헤드락 걸고 사진 한 장 찍어서 배포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팀 분위기 박살.’ ‘요즘 들어 계속 안 좋은 일만 생기네.’ ‘어~어~ 하는 사이에 걷잡을 수 없어진다.’ 같은 걱정이다.

고우석의 ‘항명 논란’
최근 고우석 이슈도 뜨거웠다. 이른바 ‘슬라이더 논란’이다.
염경엽 감독이 주재한 미팅이었다. 폼이 떨어진 고우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당사자 외에도 코칭스태프와 포수 2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피칭 디자인’이다. 그러니까 ‘어떤 볼 배합으로 승부하는 게 효율적이냐’에 대한 토론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주장은 명확했다. 직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염 감독의 설명이다. “고우석의 강점은 속구다. 그걸 바탕으로 변화구를 구사해야 한다. 볼카운트가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속구가 들어가면 맞기 쉽다. 미팅을 통해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당사자의 말은 조금 다르다. 5일 KT전에서 5아웃 세이브를 따낸 다음이다. “감독님 말씀은 제대로 이해했다. ‘슬라이더가 좀 약한 것 같다’는 지적도 하시더라. 그런데 내가 고집이 좀 있다 보니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보지 못하셔서 그렇게 느끼신 것 같다.”
이 인터뷰에 일부 팬들이 부글거렸다. 급기야 이튿날(6일 KT전) 4실점으로 무너지자, 온갖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감히 감독의 조언에 반박하다니.’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니.’ ‘잘 되라고 하는 얘기를 저런 식으로 받아들이냐.’ ‘자중하는 자세가 보이질 않는다.’ 심지어 항명 논란으로도 번졌다.
결국 염 감독이 진화에 나섰다. “고우석이 찾아와 사과하더라. 자기 때문에 팀이 힘들어진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냐.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은데. 앞으로 야구 인생 전체에 큰 교훈과 힘이 될 것이. 그런 말로 격려했다.”

도루 작전보다 훨씬 중요한 리더십이 필요한 계절
1위 트윈스가 3연패에 빠졌다. 최근 10경기 성적도 4승 6패로 신통치 않다. 6할 승률은 무너졌다. 우승을 위한 의욕적인 트레이드는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핵심 전력의 이탈로 손실이 크다. 애덤 플럿코와 함덕주의 부상이 걱정이다.
주말 광주 시리즈에서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2~4차전 3경기에서 27점을 잃었다. 게임당 평균 9점을 내줬다. 선발, 중간, 마무리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불안하다.
이럴 때면 어김없다. 팀 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고우석 이슈, 김진성-박동원 엇박자 논란이 잇따라 터진다. 게임에만 몰두해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런 시국에 이런저런 일로 집중력이 분산된다. 전력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게 3배는 힘들다고 했다. 그만큼 맨 앞에 있으면 피곤하다. 흙먼지도 맞아야 하고, 바람도 헤쳐 나가야 한다. 게다가 LG 트윈스 아닌가. 지켜보는 눈이 가장 많은 팀이다. 팬들의 목소리도 큰 곳이다.
물론 고우석도, 김진성과 박동원 문제도 심각할 일은 아니다. 치열한 레이스 과정 아닌가. 흔히 나올 수 있는 해프닝이다. 팀 성적도 마찬가지다. 불안함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도 5.5게임이나 벌어졌다. 보통이라면 한참 여유 부릴 간격이다. 그러나 하루빨리 추슬러야 한다. 다독이고,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필요한 때다. 도루, 번트 작전, 투수교체. 이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선수단의 소통과 화합, 안정, 효율적인 관리. 그런 리더십이 요구되는 계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