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카나프테라퓨틱스에 150억원 규모의 지분 베팅을 강행한 배경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상 성과가 가시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이뤄진 투자라는 점에서 그 판단 기준이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를 창업자 이병철 대표의 연구 설계력과 조직 구축 역량에 대한 선제적 신뢰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경력과 20년 내외의 경력을 보유한 C레벨들도 조명되는 분위기다.
초기 엔젤투자부터 3년 보호예수까지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 회장은 카나프테라퓨틱스의 보통주 92만67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지분의 8.5%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하단인 1만6000원을 적용하면 지분가치는 148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단인 2만원으로 계산하면 185억원이다. 강 회장은 이 대표와 ㈜녹십자에 이어 3대주주로 있다. 이 대표와 ㈜녹십자는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지분을 157만482주(14.4%), 142만4333주(13.06%)를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강 회장이 카나프테라퓨틱스에 100억원대의 베팅을 한 배경으로 '창업자와 연구조직에 대한 신뢰'를 지목한다. 투자 타이밍이 기술 검증 이후가 아니라 설립 초기 단계였다는 점에서다. 당시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이나 기술이전(LO)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고 기업가치 또한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연구경력과 초기 조직 설계 역량에 주목해 자금을 집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회장의 투자는 2019년 설립 직후 엔젤투자로 시작됐다. 창업 초기라는 점에서 자금 회수 가능성은 낮았고 사업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점이었다.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한 시리즈B 단계에서도 추가 출자를 단행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초기 판단을 유지한 채 후속 라운드까지 참여한 구조다. 이 같은 강 회장의 투자는 NS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이뤄졌다. NS인베스트먼트는 그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바이오벤처투자사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면역미세환경(TME) 조절 기반 플랫폼 설계가 투자 판단의 근거로 꼽혔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EP2/EP4 저해제와 TME카인, 사이토카인 등을 축으로 면역조절 기반 확장형 파이프라인을 제시해왔다. 이는 단일 후보물질의 성공 여부에 좌우되는 모델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다수 파생 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특정 임상 성과보다 플랫폼 구현 역량이 우선시된 점이 그의 투자를 이끌어낸 포인트로 여겨진다.
강 회장이 전략적 우군을 자처한 점도 신뢰의 근거로 지목된다. 강 회장은 ㈜녹십자,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함께 5% 이상 주요주주로서 지분 절반을 최장 3년간 자발적으로 의무보유하기로 확약했다. 약정에 따른 강 회장의 의무보유 지분은 46만3360주(3.57%)다. 이 대표와 주요주주 간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상장 이후 의무보유 기간 동안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이 대표와 공동으로 행사한다.
글로벌 신약 실전형 창업자 이병철

이 대표는 면역항암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연구조직과 구조를 직접 설계한 창업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단백질공학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제넨텍에서는 연구자로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연구를 수행했고 23앤드미에서는 인간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신규 항암 타깃을 발굴했다. 이후 산텐에서는 신약 바이오의약품 연구 디렉터로서 차세대 항체 개발을 총괄했다.
그의 커리어는 ‘글로벌 신약개발 실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제넨텍에서는 항HER2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항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Anti-MRSA)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해 1상 단계까지 진입시켰다. 23앤드미에서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항암 타깃을 발굴했다. 산텐에서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Ang2 이중항체 기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임원진도 맨파워의 기반이다. 이 대표는 카나프테라퓨틱스 C레벨을 분야별 20년 내외의 경력을 보유한 인물로 꾸렸다.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임원진은 면역·이중항체 전문가 장지훈 최고기술책임자(CTO), 합성신약 및 신규 플랫폼 개발 전문가 최성필 최고개발책임자(CDO), 기업공개(IPO)·자금조달·재무전략 전문가 박창원 최고재무책임자(CFO), R&D 전략 및 사업개발(BD) 전문가 윤영수 최고브랜드관리자(CBO) 등으로 구성됐다.
이같이 맨파워가 주목받는 것은 이들이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장지훈 CTO는 암젠과 하버드대 의과대학 등을 거치며 24년간 면역·항체 연구에, 최성필 CDO도 동아에스티와 LG생명과학에 몸담으며 28년의 합성신약 연구에 매진했다. 박창원 CFO는 매드팩토·앱클론 등에서 20년간 IPO와 재무 경력을, 윤영수 CBO는 SK바이오팜·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의 이력을 기반으로 18년의 전략·BD 경력을 축적했다.
이 대표는 "처음 창업할 때 (강 회장이) 엔젤 투자자로 들어왔었고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때도 추가적으로 크게 자금을 지원해줬다"며 "강 회장은 당시 NS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며 바이오벤처 쪽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해외에서 여러 가지 경력이 있고 해외에서 여러 인력들을 유치했기 때문에 믿고 투자해주신 것 같다"며 "그때 받은 투자금이 마중물이 돼서 여러 가지 에셋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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