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G90의 디자인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아하고 우아하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은 외적인 치장보다 까다로운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내실을 알차게 다지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사실 이런 최고급 차량은 가격대 때문에 출시 후 초기에 반짝인기를 끈다. 특히 연말연시에 법인 차량을 교체할 때 수요가 늘었다가 이후 급속하게 판매가 꺾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G90는 차근차근 상품성을 견고히 다져가며 세간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 가고자 한다.
이번 연식변경에서 관심거리였던 자율주행 레벨 3는 여러 가지 안전의 이유로 아쉽게도 탑재되지 않았다. 대신 2023년식 모델은 연식변경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이것저것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 넣었다.
특히, 기존 롱휠베이스 모델에만 탑재했던 파워트레인을 기본 모델에 추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시승차는 3.5T 전자식 슈퍼차저 AWD로 무광 마칼루 그레이 컬러가 멋스러웠다. 연식변경 모델은 21인치 휠 타이어와 엔진 진동 기반 가상음을 생성해 실감 나는 가상 엔진 사운드를 송출하는 ESEV 시스템, 앞좌석에서 뒷좌석의 문을 자동으로 닫는 이지 클로즈 기능이 추가되었다.

플래그십 대형 세단이 스포츠카처럼 달린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인 엔진의 배기량은 3470cc이다. V형 6기통 트윈 터보차저의 크기를 키워 터빈을 통해 압축되는 공기량을 늘렸다. 냉각수로 엔진의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를 빠르게 식혀주는 수랭식 인터쿨러 시스템과 48V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슈퍼차저로 한 번 더 공기를 압축해 강제로 실린더로 밀어 넣기 때문에 갑갑한 터보랙 현상을 개선할 수 있었다.
터보랙이 53% 감소한다고 한다. 덕분에 낮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 최대치의 토크가 꾸준하게 발휘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700rpm 부근부터 약 30kg·m의 토크로 2톤이 넘는 무게의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인다.
3.5 트윈 터보 엔진보다 2배 이상 높은 토크를 저속 구간에서 발휘하기 때문에 론치 필링이 가볍고 빠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00rpm 근처에서 54kg·m의 강력한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이후 1300rpm에 이르면 최대치의 토크 56kg·m가 발휘된다.

기계식 바이패스 밸브는 슈퍼차저가 작동하지 않는 고회전 구간에서 압축된 공기를 실린더 안으로 자연스레 유도하며 주행 질감을 부드럽게 한다. 실제 체감상으로 3.5 트윈 터보 엔진보다 더 빠르고 움찔거림이 없는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다.
48V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슈퍼차저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 배터리 시스템은 현대차의 독자적인 기술로 컨버터와 배터리를 결합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회생제동으로 충전된다. 415마력이란 충분한 힘은 운전에 여유를 준다. 오른발에 힘을 주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을 필요가 없다.
지긋하게 누르면 즉각적인 가속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덩치 큰 대형 세단에서 이상하게 스포츠카의 정서를 느꼈다. 웅장한 크기의 G90 안에 당당한 스포츠카의 정서가 깃들어 있었다.

말 같지 않은 소리 같지만, 느낌은 그랬다. 뒷좌석에 편안하게 누울 수 있게 등을 받쳐주는 안락한 전동식 시트와 모든 편의장비를 남김없이 갖춘 대형 세단의 운전석에 앉아서 스포츠카를 느끼는 이런 어색한 부조화라니? 생각해 보면 럭셔리 카는 높은 출력으로 단장해야 한다.
모든 수치가 높은 만큼 가격대도 높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게다가 최근 럭셔리 브랜드가 중시하는 운전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나긋나긋하다가 무섭게 돌변하거나 관성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에 매섭게 반항하며 대치하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만다. 역동적인 드라이브 모드로 스티어링의 빠릿빠릿한 반응, 기어박스의 민첩한 대응력, 가속 페달의 즉답성을 선택해 기분에 맞게 운전할 수 있다.
운전이 재밌는 대형 세단이다. 시가지를 벗어나 고속도로에서 월등히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발휘했다. 빠르고 감칠맛 나는 핸들링과 일관성 있는 차체 움직임을 만드는 에어 서스펜션의 성능, 모든 면에서 당당한 GT 그 자체였다. 정상에 오른 최고의 럭셔리 세단은 항상 독일산이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G90로 그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성벽은 견고하기만 하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모두 1만5056대였다. 같은 해 BMW 7시리즈는 5974대가 팔렸다.
제네시스 G90는 1172대를 기록했다. 아직 넘사벽이다. 하지만, 럭셔리 자동차의 기준이 되는 디자인, 편리성, 성능, 품질의 신뢰도에서 제네시스 G90는 포디엄을 향해 한 발짝 올라서고 있다.
럭셔리 시장에서 풀 사이즈 세단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아무리 대형 SUV가 대세를 타고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럭셔리 부문에서 대형 세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네시스 G90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길을 텄으니 다져가면 된다.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275×1930×1490mm
휠베이스 3180mm | 공차중량 2175kg
엔진형식 V6 트윈 터보차저 + e-슈퍼차저, 가솔린
배기량 3470cc | 최고출력 415ps
최대토크 56.0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
최고속력 - | 연비 8.3km/ℓ
가격 1억1830만원(시승 차 옵션 사항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