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록한 허리는 2024 봄-여름 남성복 트렌드

프라다부터 릭 오웬스까지, 이번 시즌에는 허리를 코르셋처럼 조이고 집어넣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큰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몇 년간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XXXL 후디, 수트, 팬츠 등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남성복을 지배해왔지만, 이번 시즌에는 마침내 그 반대 방향으로 시계추가 돌아간 것 같다. 2024년 봄-여름 기즌의 디자이너들은 남성복에서 말벌처럼 허리를 극도로 조이는 실루엣의 테일러링을 선보였다. 프라다(Prada)와 릭 오웬스(Rick Owens)부터 지방시(Givenchy)와 생 로랑(Saint Laurent)까지, 벨트와 하이웨이스트 팬츠, 커머번드에서 영감을 받은 테일러링에 상의 밑단을 하의 속에 깔끔하게 집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물론 얇은 허리에 대한 패션계의 집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런웨이와 레드카펫에서 허리를 조이는 남성용 코르셋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Ludovic de Saint Sernin)과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와 같은 젠더 플루이드 브랜드는 남성의 허리를 강조하는 의상을 이미 여러 차례 선보였으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다니엘 리(Daniel Lee)와 마티유 블레이지(Matthieu Blazy) 둘 다 동일하게 삼각형 하이웨이스트 팬츠 형태의 남성용 코르셋을 꾸준히 선보이며 남성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트로이 시반(Troye Sivan),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와 같은 유명 인사들은 레드카펫에서 전통적인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의 블랙 또는 네이비 수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성복이 고정적이고 지루하다는 관념에 반기를 드는 새롭고 실험적인 남성복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이번 시즌 가장 드라마틱한 신치드 웨이스트 라인(cinched waistline) 의상은 프라다(Prada)가 선보였는데,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프라다 여사는 과장된 어깨를 통해 전통적인 워크웨어를 재해석하여 드라마틱한 삼각형 모래시계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루엣은 벨트를 찬 허리 실루엣이 와이드 핏 셔츠와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입체감을 부여하던 1940년대의 오버사이즈 테일러링에 대한 오마주로, 허리를 잡아당긴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이 의상들은 또한 남성복의 변화무쌍함과 테일러드 실루엣과 신체 사이의 상호 작용을 보여준다. 라프 시몬스는 “몸은 정지 상태의 물체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복식에서 몸을 정지된 물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각으로 의상을 만들면 지나치게 건축적인 구조가 되고 신체 활동에 제약을 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잘록한 허리 라인을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로 배치한 것은 프라다뿐만이 아니었다. 복부 바로 위를 덮고 안쪽으로 조이는 릭 오웬스의 울트라 하이 웨이스트 팬츠는 전통적인 턱시도 커머번드처럼 배를 끌어당기며 엣지를 더했다. 생 로랑은 날씬한 허리 실루엣에 익숙한 브랜드로, 이번 시즌에는 모델의 허리를 극도로 조이는 벨트를 오버사이즈 셔츠나 블레이저와 함께 착용해 작은 체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시에서도 실용적인 하네스 스타일의 걸쇠로 허리를 조이는 벨트를 선보였다. 한편 런던의 신진 브랜드인 준태 킴은 밑단을 코르셋 처리한 셔츠와 블레이저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허리 라인에 주목했다.

보통의 남성에게는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2024년 가을-겨울 남성복 런웨이를 지배한 얇은 허리 라인은 강조된 허리와 길쭉한 다리와 같은 레드카펫 의상의 대담한 특징들을 톤 다운한 새로운 실루엣이 일상 속 남성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자이너들은 이 유쾌한 실루엣이 프라다의 워크웨어, 생로랑의 전통적인 수트, 지방시의 고프코어(gorpcore) 디테일 등 전통적인 남성복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더 웨어러블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 10년간 XXXL 실루엣이 유행한 것을 감안하면 남성복이 마침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루즈핏 남성복 실루엣이 얼마나 대중화 되었는지 틱톡(TikTok)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 틱톡에는 남성 스타일 팁을 공유하면서 스키니 진을 버리라고 강조하는 영상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디 슬리즈(indie sleaze) 풍의 스키니 수트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시즌의 모래시계 같은 허리 실루엣은 트렌드의 방향을 극단적으로 뒤바꿨다.

여성복의 코르셋이 억압이 아닌 힘의 상징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얇은 허리 트렌드 역시 성별화된 신체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모래시계 몸매가 여성복 너머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전복적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복 실루엣은 자주 바뀌지 않는다. 트렌드가 스며드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아예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남성복은 오버사이즈와 스키니 사이를 오갔기 때문에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은 당연하다.

최근 남성복이 기존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얇은 허리 실루엣의 실험적이고 중성적인 잠재력은 허리 라인이 줄어든 것만큼 방대해졌다. 이러한 과장된 비율은 장난스러울 정도로 화려하지만, 좋은 벨트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쉽게 일상 패션에 반영할 수 있다. 이 트렌드가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오랜 유행에 대한 반작용이든, 성별로 구분된 테일러링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다음 과정이든, 더 늦기 전에 옷을 차려 입고 졸라 맬 때다.

에디터 Sophie Wilson
번역 Yongsik Kim


이번 주 패션 뉴스 한 번에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