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故 한종희' 빈자리 채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갤럭시 성공 DNA' 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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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을 세트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에 임명하며 빠르게 리더십 공백을 채웠다.

이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조직 내 안정을 도모해 전례없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노 사장이 고(故) 한종희 부회장과 지속적으로 경영전략을 공유해온 데다, 회사 내 노 사장만큼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입증해온 중량감 있는 인물이 많지 않은 점 역시 후임자로 판단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JY, '포스트 한종희'에 노태문 낙점…기술통 중시 기조 이어가

삼성전자는 이달 1일 수시 인사를 통해 노 사장을 신임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임으로 노 사장은 '윤부근→김현석→한종희'로 이어지는 기술통 DX부문장 계보를 잇게 됐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대구 대륜고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포항공대에서 전자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입사한 후 △차세대제품그룹장(2007년) △선행HW개발2그룹장(2008년)  △혁신제품개발팀장(2011년) △상품전략팀장(2014년) △무선사업부 개발2실장(2015년) △무선사업부 개발실장(2017년)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2019년) △IM부문 무선사업부장(2020년) △MX사업부장(2021년)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으며, 2022년에는 디자인경영센터을 맡아 디자인 혁신을 주도했다.

특히 노 사장은 갤럭시S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해왔다. 이에 신종균 전 부회장이 갤럭시를 처음 만들고 세계 1위로 올려놓으면서 '미스터 갤럭시'라고 불렸다면, 노 사장은 실무 개발을 주도하면서 성공 신화를 이끈 '갤럭시 마스터'로 평가받는다. 실제 노 사장은 취임 전 2020년 99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MX사업부(네트워크 포함)의 매출을 지난해 117조3000억원까지 성장시켰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올해 1월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 제공=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노 사장의 '갤럭시 인공지능(AI)' 전략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 A' 시리즈에도 주요 AI 기능을 탑재하며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노 사장은 폼팩터(제품 유형) 혁신 경쟁에서도 경쟁사 대비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명 '미스터 폴더블'로 불리며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끈 데 이어 경쟁사 애플이 10여년 간 개발한 스마트 반지 '애플 링' 출시를 두고는 설왕설래를 하는 동안 '갤럭시 링'을 선제적으로 선보이며 스마트 반지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달 초에는 역대 라인업 가운데 가장 얋은 제품인 갤럭시S25 엣지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본체 두께가 약 5.8~6.4㎜, 카메라 모듈을 포함한 두께는 8.3㎜로 알려졌다. 디자인은 기존 S시리즈와 유사하며 화면 크기는 플러스 모델과 비슷한 약 6.7~6.8인치로 추정된다.

또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는 기존 갤럭시S25 시리즈와 같은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칩이 적용될 예정이며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 12GB 램(RAM) 등이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올해 9월 슬림형 제품인 '아이폰17 에어'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얋은 폰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TV 모두 리더십 '흔들'…中 추격·관세 등 과제 산적

다만 노 사장이 맞닥뜨릴 DX부문 사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쟁사 LG전자와의 격차는 물론 연초부터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시장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28.3%로 2023년 30.1% 대비 1.8%p 줄어들며 30%대가 깨졌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점유율 16%로 선두를 달렸지만 TCL 14%, 하이센스 12% 등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세웠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DA사업부의 합산 매출 5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 영업이익률은 3%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현 HS사업본부)는 전년 보다 10% 증가한 33조20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조44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에 이른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올해 3월28일 진행된 '웰컴 투 비스포크 AI' 제품 체험 행사에서 AI 가전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에 업계에선 노 사장이 '갤럭시 성공 방정식'을 생활가전, TV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내세우며 냉장고를 비롯해 올인원 세탁건조기 등 다양한 제품들에 AI 기능을 탑재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역시 강화된 음성 AI 비서 '빅스비', 터치 스크린을 가전 제품에 확대 적용해 AI 홈 경험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올해 3월28일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문종승 삼성전자 DA 개발팀장 부사장은 "이전부터 구체적으로 계획된 추진방향 대로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전체 가전사업부 임직원들이 혁신에 매진해 결과가 사업 성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노 사장은 품질혁신위원장으로써 제품 품질을 높여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선이어폰인 갤럭시 버즈3 프로 결함, 갤럭시 Z폴드 스페셜 에디션(SE) 출시 지연 사태 등 제품 품질 이슈들을 겪으며, 연말 조직 개편에서 부회장 직속으로 품질혁신위원회를 설립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도 최근 그룹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를 통해 "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삼성전자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강조한 만큼 품질 향상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한 부회장이 기존에 추진하던 대규모 인수합병(M&A), 신성장동력 발굴, 미국 관세 정책과 관련한 전략 수립 등도 시급한 과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 25%, 베트남 46%에 달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에서 모바일·네트워크 공장을, 타이응웬성에서는 모바일 공장을, 호치민시에서는 TV와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향 제품 대부분이 베트남에서 제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제공=백악관

또 다른 미국향 가전제품과 TV 대부분은 각각 멕시코 케테라로 공장과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멕시코는 이번 발표에서 상호 관세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미 지난 2일 25% 관세가 적용된 상황이다.

이 밖에 일각에선 신성장 동력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본격적인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르면 올해 5~6월 가정용 로봇 '볼리'를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한 부회장의 유고로 출시 계획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기 DX부문장 자리를 두고 여러 인물이 거론됐으나 결국 그 동안 AI폰 전략을 주도하며 성과를 낸 노 사장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TV와 가전 등에서도 AI 도입 확대와 생태계 구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노 사장이 아직 직무대행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올해 연말 인사에서 부문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2~4분기 성과를 내야하는 검증 절차를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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