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전 대통령실 행정관 ‘보도 사주’ 녹음파일 공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언론사에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1일 공개됐다. 한 대표는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가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 녹음에서 “한동훈이 관련돼 가지고 나온 얘기가 있어가지고 내가 은밀히 전화할테니까 잘 기억해놨다가 어떻게 좀 공격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통화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13일 전인 7월10일 이뤄졌다.
김 전 행정관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지난 4·10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직권으로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인지도 여론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보를 이 기자에게 전했다. 그는 “이제 총선백서를 만드니까 밝혀져야 되지 않냐”며 “사실 기업으로 따지면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통화 이틀 뒤 서울의소리는 한 대표의 ‘당비 횡령 유용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친윤석열계의 지원을 받던 원희룡 후보는 당시 전당대회 TV토론에서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시절 자신의 이미지 조사를 여의도연구원에 왜 시켰느냐, 알고 있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같은 날 통화에서 “여사가 한동훈이 때문에 지금 진짜로 죽으려고 하더라”며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배은망덕한 거지 그 XX. 5번씩이나 (문자를) 보냈으면 답변을 한두 번은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인간적으로 좀 배신감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여사가) 키워준 사람 아니야. 막말로 외국 갔다오면 넥타이도 선물해주고 막 그랬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번에 그거(한 대표 횡령 의혹)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 대표를) 치면 아주 여사가 니네 이명수 야...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하겠는데”라고 말했다.
이날 녹음 공개는 전날 법원이 공적 영역에 관련된 부분만 방송할 수 있도록 한 결정한 것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서울의소리는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경기 용인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김 전 행정관이 기자와 통화에서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서울의소리가 후속 방송을 예고하자 김 전 행정관은 법원에 방영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한 대표와 측근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서며 김 전 행정관의 배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행정관을 겨냥해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며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밝혔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SNS에 “새빨간 거짓말을 기사로 둔갑시킨 뒤 그걸 근거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공작 정치의 전형”이라며 “실제로 지난 경선은 김대남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의 계획이 실패한 건 당원들과 국민이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SNS에 “‘용산’ 운운하며 전대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며 “(서울의 소리 등) 정권 불복 세력들과 손을 잡는 것은 현 정부를 부정하고, 재집권을 저해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당시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특정 당대표 후보자를 어떻게 사주를 받아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의 법률대리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서울의소리 녹음파일에 대해 “해당 녹취를 불법 녹음한 기자가 오히려 한 대표를 공격할 수 있는 소스를 주겠다고 접근한 것으로 시작했으나 김 전 행정관은 해당 내용을 경선 과정에서 쓰기는 커녕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알린다”며 “대통령실과는 무관하게 불법행위를 한 기자와 유튜브 측의 악의로 시작된 일인 만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에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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