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제목을 맞춰보세요! – 100년 전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신문의 노력[청계천 옆 사진관]
● 사진 퀴즈 - 100년 전 독자의 시선을 끌려는 노력
1924년 10월 13일 자 동아일보 지면에는 파인(巴人)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가 발표됩니다. 교과서에도 실렸던 만큼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가 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발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묵직한 코너 옆에 신문에 실리기에는 좀 가벼운 사진 하나가 실려 있습니다.
군복을 입은 소년이 두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옆에 설명에는 “상 타는 사진 풀이” 시리즈가 이날부터 지면을 통해 시작된다고 써 있습니다. 그 옆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서로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1924년 10월 13일 (월요일) 자 동아일보 지면입니다. 신문사는 이 두 사진이 어떤 건지 독자들에게 정답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먼저 신문사에서 원했던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눈을 가리고 있는 사진의 정답은 ‘소년군’이라고 합니다. 100년 전 신문에서 있었던, 독자 참여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 상타는 사진 풀이
첫째 여기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어른을 세상에서 무엇이라 부르며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아주 간단하게 아는 대로 적어서 알려주십시오.
둘째
여기에 서로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적어 보내주십시오.
쓰기는 엽서로 주소 성명과 동아일보 소년소녀계라고 분명하게
기한은 오는 토요일 안으로 도착되여야 합니다.
상품은 ‘사진풀이’ 두 가지를 다 맞힌 이로 20명을 추첨함.
● 독자의 시선을 뺏기 위한 신문의 노력
독자들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아 신문사의 콘텐츠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신문사 구성원들의 오래된 숙제입니다. 그래서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즈는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해 음식 레서피를 제공하거나 가로세로낱말퍼즐을 싣습니다. 그리고 꽤나 많은 독자들이 그 코너를 기다립니다. 깊이 있는 기사와 중요한 기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1920년대의 노력은 조선일보에서도 발견됩니다. 비슷한 시기 조선일보는, 기자가 변장을 하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겠다면서, 기자의 평소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거리에서 사진 속 기자를 제일 먼저 알아채고 ‘당신이 변장한 기자다’라고 말하는 첫 사람에게 상품을 주겠다는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1924년 10월입니다. 조선일보 기자는 인력거꾼이 되어보기도 하고 고학생이 되어보기도 하고 아이를 엎은 채 누추한 행랑어멈 차림으로도 변장합니다. 그렇게 서민들의 실생활을 들여다보고 경험한 애환을 지면에 털어놓습니다.
● 사진 퀴즈의 정답은 소년꾼… 독자의 오답(誤答)은?
동아일보 지면에 사진 퀴즈가 나간 1주일 후인 1924년 10월 20일(월요일)자에 다시 ‘상타는 사진 풀이’ 다음 차례 사진이 나갑니다. 세 번째 사진은 “어여쁜 아가씨 한 분이 서 있고 그 옆에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아가씨는 무엇을 하려고 하고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퀴즈에 대한 답이 공개됩니다. 아울러 독자들의 창의적인 오답도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시죠.
요전 사진풀이는 이러합니다.
◊첫째는 소년군입니다. 소년군은 지금부터 열일곱해 전에 영국 어느 늙은 군인이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전 세계에 없는 곳이 없고 수효가 사오백만이나 됩니다. 소년군의 목적은 남을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활동할 훌륭한 인물을 양성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 답안 중에 맞지 않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 몇 가지 전례를 들어 보오리다.
중국 동란에 불간섭 주의를 주장하는 일본
정치의 곤경을 당한 조선 총독
등이 있는데 이런 것은 아마 어른의훈수를 받아서 쓴것이요 단순한 소년소녀의 답안이 아닌가 합니다. 재미있는 것으로는
눈가리고 아옹
엄청스럽게 틀린 것은
은행 나무 잎사귀
라는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우는 사람이라거나 학교 운동꾼이라거나 장님이라 한 것은 여간 많지 않습니다.
◊둘째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마주 앉아 있는 것입니다. 마주 앉아 무엇하느냐 우리는 소년소녀 여러분이 두 짐승이 서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시고 대답하시려니 생각하였더니 생각 20의 7,8 분은 맞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 만나면 싸우는 것으로 생각하셔서 싸울려고 하는 것이다, 노리고 있는 것이다, 으르렁거리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해석하신 답안이 4백 여장이나 됩니다. 그리하고 연칭부린 대답으로
일본과 미국
봉천과 직예
라는 것이 많은 중에 일본 아이가 ‘일본과 미국’이라고 답안을 써 보내 것이 있습니다. 잘못 본 대답으로 호랑이 새끼라는 것 갈가지라는 것이 가장 많고 시퉁그러진 대답으로 천하 개자식이라는 뜻이라고 한 것도 있고 또 이야기꾼 대답으로 주인 보배를 차지하려고 개와 고양이가 공론하는 것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생각대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모두가 오십 여자 밖에 아니 되니 오십여장을 가지고 사백여장을 없이하면 우리의 잘잘못은 고사하고 여러분께 미안하여 이야기한다는 것과 싸우려고 한다는 것을 반반씩 뽑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 한다고 보신 것을 좋은 줄로 생각합니다.
● 어떤 사람들이 퀴즈에 응모했을까
신문사가 낸 사진 퀴즈에 응모한 사람은 826명이었습니다. 그 중 20명을 선정해 상품으로 책을 한권 주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응모했는지 궁금합니다. 기사를 보겠습니다.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퀴즈를 낸 것인데 부모가 답안 작성에 도움을 준 것 같다는 아쉬움과 경제난이라는 시대 상황도 반영된 답도 있어 가슴이 아프다는 신문사의 입장도 함께 기사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상품과 상 탈 여러분
상품은 ‘사랑의 선물’이란 이야기 책 한권씩을 드리기로 하였는데 상 탈 여러분은 826분 중에서 20분을 공평하게 추리였습니다.
경성 필운동 90 이정희
평양 상유리 75 김동석
경성 관훈동 141 김정희
경성 평동 27 이해록(?)
경성 숭인동 61의 5 정학모
포천 소흘면 송우공보 이복순
개성 송도면 정화여교 김정순
안악군 안악면 신장리 506 이용혜
신천공보 홍보표
경성 종로 4정목 28 김순옥
진남포 신흥리 43 박춘명
개성북본정 492 박일찬
괴산군 괴산면 제동리 유?익
수원공보 이희찬
평양 리문리 79 황명복
경성 원정 713 심대식
경성 관훈동 197의ㅣ 4 이경자
경성수은동 88 석린균
논산군 강경공보 방은주
노량진 흑석리 176 이해영
◇답안을 보고◇
이번 사진풀이는 단순한 소년 소녀를 위하여 생각해 낸 것이라 어른의 눈으로 보면 싱겁기가 짝이 없을 터인데 어른의 필적이 분명한 것이 답안 중에 많으니 우리는 의외로 여기는 동시에 여간 섭섭히 생각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또 금년이 흉악한 흉년인 것을 알 수가 있었으니 시골서 온 답안 중에 소년군을 먹을 것 없어서 우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 일백장이 넘습니다. 먹을 것 없어 굶주리는 것이 어린 머리에 얼마나 깊이 인상이 되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생기겠습니까? 또 답안의 글씨와 의사로 그 소년 소녀의 가정을 대개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감독이 어떠한 저도까지 미치는 것을 보지 않고도 알 수가 있는 것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 오늘 ‘백년사진’에서는 사진풀이라는 이벤트를 살펴보았습니다. 100년 전 신문사가 진행했던 독자와의 소통 이벤트 어떠셨나요? 요즘 세대에게 다가가려면 어떤 이벤트가 좋을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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