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보다 장현식?… LG가 불펜투수에 52억원을 투자한 이유[초점]

이정철 기자 2024. 11.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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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LG 트윈스가 '홀드왕 출신' 장현식(29)을 품었다. 올 시즌까지 LG에서 활약하다 FA 시장에 나온 선발투수 최원태가 있음에도 장현식과 먼저 계약했다. 장현식의 계약 규모가 크기에 최원태와는 이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LG는 왜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를 우선순위로 뒀을까.

LG는 11일 "프리에이전트(FA) 장현식과 계약기간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장현식(왼쪽). ⓒLG 트윈스

장현식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3년 NC 다이노스에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했다. 2020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된 후 2021시즌 34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을 거머쥐었다. KBO 11시즌 통산 437경기 592이닝 동안 32승36패 7세이브 91홀드 방어율 4.91을 기록했다.

장현식은 특히 2024시즌에도 75경기에 등판하여 75.1이닝 5승 4패 16홀드 방어율 3.94의 활약으로 KIA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LG는 장현식을 영입하면서 불펜의 힘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당초 FA 시장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LG는 '집토끼' 최원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3시즌 LG는 이주형, 김동규,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 히어로즈에게 내주고 최원태를 영입했다. 이후 최원태는 2024시즌 126.2이닝 동안 9승7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LG 선발진에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LG는 최원태보다 장현식과 먼저 계약했다. 2024시즌 샐러리캡 제한선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LG로서는 장현식과 계약한 순간, 최원태에게 많은 금액을 안겨주기 어렵게 됐다. 두 명 모두 붙잡을 경우, 2시즌 연속 샐러리캡 제한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시즌 연속 초과할 경우 신인 지명권 순서가 밀리게 된다.

물론 최원태가 상대적으로 낮은 액수에 LG와 도장을 찍거나 연도별로 연봉을 분배해 샐러리캡 2년 연속 초과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 LG와 최원태의 결별 가능성은 높아졌다. LG가 선발투수 최원태보다 불펜투수인 장현식을 선택한 셈이다.

통상적으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가 불펜투수들보다 가치를 더 인정받는다. 여러 구종을 갖추고 휴식일도 보장받는 선발투수가 불펜투수들보다 롱런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LG는 큰 반대급부를 주고 최원태를 데려왔다.

최원태. ⓒ연합뉴스

그럼에도 최원태 대신 장현식을 영입한 데에는 LG의 현재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2023시즌까지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자랑했다. 하지만 2024시즌 미국 진출에 성공한 고우석, 상무로 떠난 이정용, 부상을 입은 함덕주 등으로 인해 불펜 경쟁력이 약화됐다. 결국 팀 불펜 평균자책점 5.17로 6위에 머물렀다.

LG의 2025시즌 불펜진 전망은 더욱 어두웠다. 불펜진에서 유일하게 필승조 역할을 하던 김진성은 2025년 만 40세 시즌을 맞이한다. 이미 2024시즌 후반기 평균자책점 4.60으로 흔들린 바 있어 2025시즌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 마무리투수 유영찬 또한 후반기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반면 선발진에서는 기대주가 있다. 상무에서 선발투수로 자신의 잠재력을 뽐낸 좌완투수 송승기가 전역을 해 2025시즌 선발 등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송승기는 202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4.2이닝을 소화하며 11승4패 평균자책점 2.41로 맹활약했다. 여기에 2023시즌 후반기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증명했던 이정용도 시즌 중반에 돌아온다.

이미 리그 정상급 국내 선발자원인 손주영, 임찬규를 보유한 LG로서는 조금 더 확실한 5선발 최원태를 잡는 것보다 기대주 송승기, 이정용에게 5선발 역할을 맡기며 가장 약점인 불펜진을 보강하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LG 불펜진을 믿지 못해 선발투수 손주영,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불펜투수로 기용한 염경엽 LG 감독. 그만큼 LG 불펜은 1년 만에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LG는 장현식을 영입했다. LG의 선택이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현식(왼쪽). ⓒLG 트윈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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