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차밭 20평 갖기 운동' 시작하는 이동수 씨
진주에서 '차(茶)밭 20평 갖기 운동 발대식'이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지난 21일 열렸다.
이날 행사는 농업회사법인 진주차㈜ 차밭20평갖기운동본부 주최로 진주시 금곡면 송곡마을 인근 야산의 차밭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진주시장과 도의원, 진주문화원장, 진주연합차인회 회원, 지역 차인 등 3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차밭 20평 갖기 운동은 차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진주 차 농업과 산업·문화, 기업적 농업 경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농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질 진주차 1호를 생산하기 위한 차밭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후 제다법과 상품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명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운동을 추진하는 농업회사법인 진주차㈜가 지난해 야산을 임차해 약 5000㎡(1500평)에 단일 품종 차나무 7000그루를 심었고, 지난 6월 법인을 설립하면서 주주모집에 나섰다. 올해는 60~70명을 모집하고 앞으로 재배면적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날 이동수 진주차㈜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질 진주차 1호 차밭은 차나무의 단일품종화와 차나무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자연농법, 제다법의 표준화를 추구한다"며 "앞으로 교육의 장이자 관광 휴양지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동수 대표와 일문일답.
-왜 이 운동을 시작했나.
"지난 28년 동안 차를 만들고 공부해 왔다. 중국의 여러 차 생산지를 다니며 이러저러한 차를 만들어 보고 맛을 보면서 중국 차가 생산되고 있는 다원의 넓은 면적과 오랜 역사 속에서 다져온 차 농업 기술 그리고 이미 선진화된 차 산업 발전이 여러모로 부러웠다. 그러면서 우리 차는 언제쯤이면 중국 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보았다. 또 이 차밭을 토대로 우리 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런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국내 차 농업과 차 산업을 진단해 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모색해 보았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차 농업과 차 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화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다가 '차밭 20평 갖기 운동'을 고안했다. 나만의 차밭을 갖고 싶어하는 차인들 바람도 한몫했다. 이 운동은 많은 차인이 동참하고 함께 갈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왜 20평인가.
"한 가족이 1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찻잎을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을 계산하면 20평 정도이다. 그래서 그렇게 정했다. 내 차밭에서 생산한 차를 마시는 게 차인들의 꿈이다. 20평 정도는 부담없이 차나무를 관리할 수 있고 직접 수확·가공까지 가능한 면적이다."
-진주에서 하게 된 이유는.
"차의 대중화를 위한 차문화는 진주와 사천·하동 등 서부경남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1969년 진주에서 전국 최초로 차회단체인 진주차례회가 창립됐고 1979년 진주차인회로 개명했다. 1981년 진주 촉석루에서 '차의 날'을 선포했으며 2019년에는 '차 문화 수도 진주' 선포식이 열릴 정도로 진주는 우리나라 차문화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런 역사성에도 진주는 차 농업과 차 산업이 미미해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단일 품종을 유난히 설명한다. 이유는.
"우리나라 대부분 다원(차밭)은 씨를 심어서 형성됐다. 또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역설적으로 품종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중국 차 산지를 다니면서 차나무 단일품종 다원 조성이 절실함을 느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차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다. 생산하는 차나무 이름도 모르면서 그 찻잎으로 만든 차가 세계 시장에 어떻게 진출할 수 있을까. 중국의 예를 든다면 대홍포·수선·철라한·육계·운남대엽종 등 품질이 뛰어난 10대 명차가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대만도 청심오룡이란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차가 품질 좋은 차로 대접받고 있다. 현재 중국 차 산지에서는 얼마 전에 나온 신품종인 황금아라는 단일 품종이 재배되는 다원에서 찻잎을 채취, 부가가치가 있는 고가의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그리고 단일 품종을 키움으로써 찻잎 수확이 균일하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단일 품종 다원 조성은 시급하고 중요하다."
-제다법 표준화도 강조하는데.
"중국은 지역마다 제다 방법이 특화돼 있으며, 지역적으로 표준화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다법보다 누가 만들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표준화된 제다법으로 지역 상품 공동 브랜드화가 돼야 한다. 예를 든다면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생산되는 고전적인 명차 '정산소종'은 찻잎 등급에 의해 상품 등급이 정해지고, 이미 오래전 제다법이 표준화됐다. 이 밖에도 무수한 사례가 있다."
-친환경적인 자연농법을 추구한다.
"코로나19를 겪고 기후 변화 등으로 사람들은 건강한 먹을거리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차 농업은 특히 친환경농법이 강조된다. 이것이 바로 품질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밭 20평 갖기 운동에서는 기존의 친환경농법보다 한 발 더 앞서가는 자연농법으로 차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자연농법이란 유기농법보다 진보한 농법이며 땅이 자급자족하게 하는 농법을 말한다. 퇴비·비료·농약 등을 주거나 살포하지 않고, 제 땅에서 자라나는 풀이나 낙엽 등이 퇴비화돼 외부의 어떠한 유기물질도 유입시키지 않는다. 그 땅이 가질 수 있는 높은 면역력과 그 땅의 원시적인 땅심으로 차나무를 자라게 해 최상품의 찻잎을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생산된 찻잎은 관행농 찻잎이 가질 수 없는 향미를 가지며 뛰어난 내포성을 자랑한다. 자연농법은 차 농업의 새로운 미래 경쟁력이다.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방법 또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일 품종화, 제다법 표준화, 자연농법을 충족한다면 우리 차는 세계시장에서도 경쟁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지난 12년간 이런 처방전을 가지고 많은 이와 토론하고 계몽도 하면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을 꼭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으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차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사명감이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이 운동을 가장 빠르게 사회 저변으로 확대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차 문화가 가장 성숙한 도시 그리고 차 농업과 차 산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진주에서 다원 조성을 시작했다. 차밭 20평 갖기 운동에 많은 사람의 참여를 기대한다."
/김종현 기자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