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취재하고 4㎏ 빠졌어요"
부산 벡스코에서 보낸 4일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지스타 2022에선 정신 없이 뛰어다닌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귀가하고 몸무게를 측정하니 4㎏나 빠졌어요. 개이득인가요? 몸은 유격 훈련을 끝낸 것처럼 구석구석 아팠죠.
현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도중 옆 좌석에 앉아있던 커플이 "기자들은 지스타에서 뭐 하세요"라고 질문했습니다. 테이블에 둔 프레스 태그를 보고 궁금하셨나 봐요. 기자들은 신작 시연, 부스 취재, 인터뷰를 기본으로 두고 현장에서 다양한 기사거리를 찾습니다.
3년 만에 정상 개최한 지스타라 그런지 출품작도 많고, 유명 인사도 대거 참여해 정신이 없었어요. "현장에 원기형 왔다" 하면 제1전시장으로, "호요버스 부스에서 이벤트 한다는데" 하면 제2전시장으로, 인터뷰 시간에는 3층이나 컨벤션 홀로 뛰어갑니다. 그리고 틈틈이 2층 프레스룸에서 기사를 작성하죠. 바쁜 일정으로 시연작들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활기를 찾은 지스타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까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게임 내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재밌지만 오프라인 행사에서 다른 게이머들과 마주하고 호흡하는 재미도 게임의 매력이니까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관람하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19 펜데믹이 얼마나 힘든 시절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지스타 2023은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길 기원하며 게임톡 기자들과 지스타 2022 후기를 나눠봤습니다.
[문원빈] 올해 지스타의 키워드는 '안전'이었습니다. 다들 어떠셨나요?
[구병규] 정말 안전하다고 느꼈어요. 경호원과 스태프가 많이 배치돼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 몰려도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수월했죠. 에스컬레이터에서 "손잡이 잡고 타세요"라고 말하던 안전 스태프가 아직도 생각나요. 힘드셨을 텐데 덕분에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서동규] 관람객들도 통제에 잘 협조해 준 덕분이죠. 정말 질서 정연했어요. 현장에 수많은 안전 요원과 경찰 그리고 구급 대원이 대기하고 있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영찬] 오랜만에 정상 개최니까 역대급으로 관람객이 몰릴 것 같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질서를 잘 지켜줘서 공간이 여유로웠어요. 외부도 안전 요원들이 대기열과 동선을 수시로 정비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느 순간 안전은 걱정 거리에서 사라졌죠. 안전이라는 행사 키워드에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원빈] 관계자들이 고생하신 덕분에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제 출품작 이야기를 해볼까요? 각자 현장에서 다양한 시연을 해봤을텐데 가장 인상적인 게임은 무엇이었나요?
[김영찬] 저는 'P의 거짓'이요. 소울라이크 장르 특성상 프롬소프트 게임들이 오버랩되긴 합니다. 워낙 유명한 아이덴티티라 감안하고 봐야겠죠. P의 거짓 역시 세키로나 엘든 링에서 경험했던 포인트들이 다수 보입니다. 하지만 세계관은 독보적이었어요.
특히 피노키오 이야기를 잔혹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신의 한 수였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동화와 소울라이크의 조합이 의외로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했어요. 시연 타임이 짧았는데도 캐릭터의 디자인, 건축 양식, 몬스터 등 모든 요소들이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홍수민] '칼리스토 프로토콜'이요. 듀얼 센스가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죽기만 했지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생생한 그래픽, 여러모로 현실적인 시스템, 한국어 풀 더빙이 인상적이었죠. 부스 내부도 어두운 조명으로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요. 공포 게임을 잘 못하는 데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무조건 엔딩까지 달려볼 예정입니다.
[구병규] 저는 '별이 되어라2'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막상 시연장에 들어와서 플레이해 보니 정말 재밌었습니다. 별이 되어라 특유의 그림체와 다크 판타지 세계관이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캐릭터들 대사도 풀 더빙을 보여줘서 몰입이 잘됐고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을 좋아해서 나오면 꼭 플레이할 예정입니다.
[문원빈] 다들 지스타 전에 기대했던 작품들과 달라졌네요. 최은상 기자는요?
[최은상] 지스타 개최 전과 마찬가지로 '붕괴: 스타레일'이 여전히 베스트 픽입니다. SRPG라 대중성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호요버스 세계관의 장점도 제대로 흡수했죠. 유사 오픈월드식 구조에 스테이지 구조 탈피, 붕괴 특유의 전투 연출까지 만끽할 수 있어 시연 내내 즐거웠습니다. 문원빈 기자는요?
[문원빈] 저도 '마비노기 모바일'을 직접 해보니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오프닝 음악을 들었을 때 추억이 떠오르면서 오랜만에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전투도 원작보다 한층 역동적이라 수동으로 조작할 땐 손맛이 쏠쏠했습니다. 왜 이정헌 넥슨 대표가 마비노기 모바일 전투를 칭찬했는 지 알 수 있었어요.
솔직히 텍스처나 그래픽은 당연히 아쉬울 순 있습니다. 최신 게임들의 그래픽과는 정말 거리가 멀죠. 완성된 버전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마비노기답다고 느껴졌습니다. 너무 좋았으면 이질감이 느껴졌을 거에요. 정식 출시 때 과금 모델만 합리적이라면 오래 즐겨볼 의향이 있습니다.
[최은상] 부스 중에선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홍수민] [김영찬] 넥슨 부스요. 일단 인플루언서 등 외적 콘텐츠를 배제하고 오롯이 시연에만 집중한 점이 칭찬 포인트입니다. 시연존만 운영하기 밋밋하니까 유저들을 위해 신작 혹은 라이브 게임 디렉터들이 현장에 찾아와 추억을 선사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구병규] 확실히 넥슨 부스가 웅장했죠. 스포츠 경기장을 연상케하는 2층 구조 시연존이 멋스러웠습니다. 중간에 있는 디지털 수족관도 집에 들여다 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여유 공간도 넉넉하게 만들어서 관람객이 몰려도 숨막히지 않았고요.
[문원빈] 넥슨 부스는 관람객 순환율이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시연존 출구로 관람객들이 몰리지 않도록 구석에 배치해 동선이 쾌적했습니다. 넥슨은 행사장 안팎에 안전요원과 스태프만 400명 정도 배치했다고 해요. 얼마나 안전에 유의했는지 알 수 있죠.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스는 크래프톤입니다. 특히 칼리스토 프로토콜 시연존. 게임의 특징을 부스 분위기로 극대화했죠. 부스는 양옆에 문브레이커와 칼리스토 프로토콜 시연존을 배치하고 중앙에 인플루언서 무대를 배치한 구조였는데요. 시연을 대기하는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중앙 무대를 관람할 수 있던 것도 포인트였습니다.
[서동규] 저는 대학 부스들이요. 저도 게임 전공이라 그런지 친근했어요. 대학들이 지스타에 참가하는 목적은 학교 홍보 및 산학연계용입니다. 또한 좋은 작품으로 게임사 픽업을 유도하는 목적도 있죠. 지스타에서 느낀 것은 예전보다 학생들의 작품 퀄리티가 매우 높아진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지스타 대학 부스도 기대가 돼요.
[최은상] 저는 플린트 부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잘 꾸몄어요. 장식들이 훌륭했어요. 별이 되어라2 게임 분위기에 잘 어울렸죠. 코스프레와 경품 퀄리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동규] 이제 인상적인 코스프레와 기념품을 말해볼까요? 저는 폴가이즈 인형 싱크로율 보고 놀랐는데.
[구병규] 원신 원석 코스프레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사진은 못 찍었는데 보면 확실하게 이목이 끌릴 만한 코스프레였죠. 심지어 앞에서 절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기념품은 못 받았지만 넥슨 야외 부스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몬스터 음료수가 떠오릅니다. 취재하면서 뛰어다니느라 목이 굉장히 말랐거든요.
[홍수민] '승리의 여신: 니케'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캐릭터 특성상 소품을 들어야 해서 굉장히 무거웠을 텐데 한순간도 포즈가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죠.
기념품은 크래프톤 백팩과 넷마블 양파 쿵야 쿠션입니다. 크래프톤 백팩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어요. 일반인 코스프레 무조건 가능. 양파 쿵야 쿠션은 좋아하는 캐릭터인데다 끌어안고 타자 치면 편해서 마음에 듭니다.
[문원빈] 저는 로스트아크 '아브렐슈드'요. 19일 제1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만났죠. 예상도 못 한 캐릭터 코스프레를 만나 신기했는데 퀄리티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았죠. 그리고 너무 많아 특정인을 지목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원신 '라이덴 쇼군' 코스프레들도 최고였어요.
기념품 중에선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포토카드입니다. QR코드를 활용하면 카드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데 정말 신기해요. 서브컬처 게임들에게 안성맞춤 굿즈였죠. 지갑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은상] 최고는 시바견 코스프레입니다. 무슨 캐릭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견주와 애완견이 함께 코스프레 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바견도 너무 잘생기고 귀여웠죠.
[문원빈] 정준혁 기자는 아쉽게도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으로 지스타2022를 관람했는데 어땠나요?
[정준혁] 올해 지스타TV는 게임사별로 출품한 신작을 활용한 프로그램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스타를 직접 가지 못해도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물론 현장에 가는 것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알찬 프로그램 구성으로 아쉬움을 조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게임사들의 신작들을 활용한 방송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인디 어워즈가 눈에 띄었어요. 평소 다양한 게임을 즐겨 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인디 게임들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방송을 보던 사람들도 참신한 인디 게임들을 보고 관심을 가지거나 평가했습니다. 온라인 투표도 가능해 현장에 가지 않아도 행사에 참여 가능했기에 더욱 알찼어요.
특히 수상작 소개는 칭찬을 주고 싶습니다. 인디 개발사에겐 홍보 창구가 다양할수록 도움이 되는데요. 1등 게임은 지스타에서 추가 홍보 기회도 제공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죠.
[문원빈] 다들 수고했습니다. 내년 지스타는 더 풍성하길 바라지만 솔직히 올해 정도만 해도 충분히 훌륭할 거예요. 다만 중국과 에픽게임즈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 유명 게임사가 여전히 없습니다. 한국이 게임에 진심이고 GOTY를 위한 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게임사가 참가하길 바랍니다.
지스타2022 DAY4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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