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속도조절 전망에 건설업계 예의주시… “일부 발주 연기 가능성”
저유가 계속돼 대형 프로젝트 조달 자금 부족
“추가 수주 규모가 적어져도 당장 큰 영향 없을 것”
천문학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저유가 등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이목이 사우디로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 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지만, 추가적인 수주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사우디 재무부가 발표한 2025년 회계연도 사전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2025년 예상 회계 지출은 1조2850억리얄(약 462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예상 지출 1조3550억리얄에 비해 5.2% 감소한 수준이다. 2025년 예상 수입은 1조1184억리얄로 2024년 예상 수입 1조2370억리얄 대비 4.3% 감소했다.
사우디 정부의 예상 지출이 줄어든 데에는 네옴시티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사우디가 대형 프로젝트에 조달할 자금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정부 위원회는 네옴시티를 포함한 거대 프로젝트들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하면서 네옴시티에 당초 목표보다 20% 적은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옴시티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에 달하는 2만6500㎢ 규모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성사시키기 위해 사우디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족한 자금을 외국인직접투자(FBI)를 통해 상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올해 1분기 FDI는 약 45억 달러(약 6조원)를 기록해 연간 목표인 290억달러(약 40조원)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이후 네옴시티 대표 사업인 ‘더 라인’ 공정 속도도 늦춰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에도 속도를 늦춰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 뿐만 아니라 다른 메가 프로젝트들 역시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사우디 정부의 예산 압박으로 다른 프로젝트들도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8월에 사우디의 5대 메가 프로젝트인 디리야, 네옴, 퀴디야, 로신, 홍해개발과 관련한 계약은 한 건도 낙찰되지 않았다.
이 같은 메가 프로젝트의 사업 지연은 현지에서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중동 전문 경제지인 MEED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2명 중 72%가 올해 메가 프로젝트 활동이 둔화됐다고 답했다. 활동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올해 초 같은 설문에서 응답자의 92%가 2024년에 더 많은 수주가 기대된다고 답변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네옴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네옴시티가 건축학적으로 불가하거나,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 투자자들은 막상 사우디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런 분위기에 민관합동투자(PPP) 사업이 아니면 사우디에 투자할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그나마 인프라 사업은 건설사 투자 없이 단순 도급이나 턴키(설계·시공 일괄 진행)로 발주가 되니 그 방면으로 노력하면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 역시 “사우디가 재정을 줄이면 추가 수주를 기대했던 것들은 그 규모가 적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수주한 네옴시티 건설 근로자 숙소단지 등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가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등 대회들을 유치했기 때문에 네옴시티 외에 관련 인프라들도 수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는 국내 기업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민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중동에서도 공사비가 상승한 가운데 지출 예산이 감소했다는 점은 네옴시티 등 일부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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