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게 거듭나다 - 현대자동차 싼타페 시승기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싼타페를 만났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싼타페는 역대 싼타페들과 궤를 달리하는 스타일링과 더불어, 더욱 커진 차체와 더욱 확대된 내부 공간, 그리고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해 중형 SUV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싼타페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짚어 본다. 이번에 시승한 싼타페는 스마트스트림 G2.5T 엔진을 탑재한 가솔린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3,546~4,373만원.

새로운 싼타페의 외관 디자인은 공개 당시부터 화제였다. 역대 싼타페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는 물론, 차량의 전반적인 체급과 프로포션 등에서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극단적인 직선기조와 더불어 유난히 길어진 차체가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만든다.

이렇게 극단적인 직선 위주의 스타일링은 과거 현대정공에서 생산했던 갤로퍼의 요소들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갤로퍼보다는 오늘날 SUV 디자인의 원류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스타일링과 더 겹쳐 보이는 느낌이다.

이와 같은 스타일링은 싼타페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싼타페는 1세대부터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를 표방하며 등장한 차였다. 그리고 역대 싼타페들의 디자인을 돌아보면, 세대를 거듭하며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가 변화해가는 와중에서도 4세대까지는 싼타페 고유의 역동적이고 볼륨감 있는 스타일과 분위기가 일관되게 계승되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싼타페에서는 과거의 모든 것들과 '단절'을 선언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싼타페에게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다.

반면, 역으로 긍정적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뒷모습이 특히 그렇다. 신형 싼타페의 뒷모습은 여러모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등화의 배치가 일반적인 SUV와 달리, 지나치게 하향배치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 D필러 각도와, 그에 따라서 불안해 보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테일게이트의 개구부 크기를 대폭 늘리기 위해서 이러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용성을 위해 외관을 다소 양보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신형 싼타페의 C필러 양쪽에 달린 이 구조물은 루프랙 등으로 올라갈 때 사용하는 일종의 '보조 손잡이'다. 이 손잡이는 접이식으로 설계되어,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차체 표면과 일체화를 이뤄 깔끔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손잡이의 위치는 다소 애매한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오늘날의 현대차들에서 볼 수 있는 양식에 가깝다. 극단적인 수평향을 이루는 대시보드는 차내를 더욱 넓어보이게 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높고 시원한 개방감을 지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실내 자체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은 그랜저의 것을 살짝 고친 느낌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레인지로버의 것과도 묘하게 닮은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준수하며, 좌우로 배치된 기능들은 물리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다. 그 뒤편으로는 현대차가 라인업 전반에 적용해나가고 있는 전자식의 변속 노브가 마련되어 있다. 이 방식은 기존의 다이얼(을 빙자한 조그셔틀)이나 버튼식 등과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으며,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차라리 컬럼 마운트 레버를 사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다.

차내 곳곳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SUV 본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실용성'도 빠짐 없이 챙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대시보드의 조수석측에는 상단에 수납함과 수납선반 글로브박스가 자리하고 있으며, 플로어 콘솔에는 2개의 무선충전패드, 대용량의 컵홀더, 그리고 상하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넉넉한 용량의 콘솔박스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무선충전패드가 위치한 트레이 하부에도 클러치백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탄탄하게 신체를 지지해주면서도 적당한 경도로 설정되어 있어, 장시간의 주행에서도 큰 피로감을 안기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은 SUV로서 적정한 편이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전동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싼타페는 총 3열의 좌석을 갖춘 6인승(2-2-2) 모델이다. 따라서 2열좌석은 좌우 독립식으로 구성된다. 독립식 좌석을 갖춘 2열좌석은 전후 슬라이드는 물론, 폭 넓은 리클라이닝 기능을 제공해 성인 남성에게도 우수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2열좌석에는 수동식 선셰이드와 도어트림측에 각 2개씩의 컵홀더, 앞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USB 타입-C 충전 포트, 그리고 열선 기능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3열 좌석은 이 급에서는 아주 훌륭한 수준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2열 좌석에 승차한 탑승자가 약간의 양보를 해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성인이 승차하기에도 아주 부족하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좌석의 위치를 낮게 잡은 것은 물론, 수직의 박스형태로 된 공간 덕분에 머리 공간에도 의외로 여유가 있다. 등받이의 각도도 적정한 편이어서 거주성이 나쁘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3열좌석을 위한 송풍구 및 공조장치 조작부, USB 타입-C 충전구, 컵홀더 등의 편의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임시방편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좌석을 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트렁크 공간 역시 훌륭하다. 3열좌석을 접었을 때의 용량은 726리터로, 동급에서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사각 박스형에 가까운 차체를 가진 덕분에, 공간이 넉넉하고, 앞서 언급했던 테일게이트의 개구부가 매우 큰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릴 때 우수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3열 좌석을 접는 과정은 등받이 뒤편에 내장된 끈 하나만 당겨주면 거의 반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수준이며, 시승차의 경우에는 2열 좌석에 전동 폴딩 기능이 적용돼 더욱 편리하게 트렁크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싼타페는 가솔린 모델로, 스마트스트림 G2.5T 가솔린 터보 엔진과 신형의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상시사륜구동계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산타페에 사용되는 스마트스트림 G2.5T 엔진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제네시스 차종과 기아 스팅어 등에 사용되었던 2.5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가로로 장착한 것으로, 쏘나타 디 엣지 N 라인과 기아 쏘렌토 등에도 사용된다. 최고출력은 281마력, 최대토크는 43.0kg.m다.

싼타페는 기본적으로 정숙한 편이다. 소음 및 진동에 있어서 다소 불리한 터보 엔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효과적으로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숙성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고급 SUV 모델들에 비해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단순히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만 잡아낸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들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승차감도 우수하다. 편안하면서도 차고가 높은 SUV로서는 꽤나 안정된 느낌을 전달한다. 단순히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묵직하면서도 안정감이 있는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체 설정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싼타페의 승차감은 인상적이다. 이렇게 준수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지닌 덕분에, 새로운 싼타페는 쾌적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동력성능은 여유롭다. 현재 싼타페에 탑재된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수치 상으로는 팰리세이드에 사용하는 3.8리터 람다 V6 엔진과 유사한 동력성능을 지니고 있으며, 신개발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동력전달 성능에 힘입어, 뛰어난 수준의 가속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질감 면에서 유체클러치 기반의 자동변속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동력을 전달하는 능력 면에서는 확실히 기존의 헐렁했던 자동변속기와는 전혀 다르다.

기존 대비 월등히 커진 덩치를 가지게 된 싼타페지만, 조종성 면에서도 딱히 흠 잡을 만한 부분은 없다. 중형급 SUV로서 적절한 수준의 운동성을 지니고 있으며, 안정성 면에서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급코너에서도 안정적으로 노면을 붙잡아 주는 편이며, 자세가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 편이다. 연비 또한 차급 및 배기량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싼타페 2.5T (20인치 휠) 모델의 공인연비는 도심 8.5km/l, 고속도로 11.6km/l, 복합 9.7km/l(4등급)으로, 실제 시승을 진행하면서 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연비를 보였다.

이번에 시승한 싼타페는 여러가지로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 구성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기존 대비 월등히 넓어진 공간 덕분에 SUV의 존재 이유인 '레저활동'에 한층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뛰어난 거주성과 공간활용성으로 거듭난 신형 싼타페는 비록 스타일링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SUV로서 잘 만들어진 모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