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UV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겠다는 야심, 그 중심에는 KR10이 있다. 쌍용차에서 KGM으로 바뀐 뒤 첫 대형 프로젝트인 KR10은 과거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통 오프로더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콘셉트카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전통적인 박스형 차체와 원형 LED 헤드램프, 수직 그릴은 클래식 오프로더의 향수를 자극한다. 동시에 현대적인 디테일과 플로팅 루프, 균형 잡힌 비율은 도심에서도 이질감 없는 감각을 보여준다.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유사한 준중형급 크기로, 실용성과 스타일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1.5L 터보 기반 가솔린, e-DHT 하이브리드, 그리고 BYD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까지 다각화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는 복합 16km/L 내외 연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EV 모델은 1회 충전 400~500km를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이처럼 KR10은 단순 레트로 감성 SUV가 아니라, KGM의 전동화 전략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출시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밀리고 있다. 수익성 확보, 기술 완성도, 토레스·액티언과의 라인업 중복 등 복합적 요인이 지연 사유로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거론되는 중국 체리와의 기술 협력 이슈는 새로운 변수다. 플랫폼 공동 개발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소비자의 반응도 중요한 변수다.

KR10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KGM에게는 세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도심형 SUV에 치중된 브랜드 포지셔닝을 정통 오프로더라는 틈새로 확장할 수 있다. 둘째, 내연기관부터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 셋째, 체리와 협력을 통한 해외 수출 전략도 기대된다. 이미 KGM은 2030년까지 SUV 7종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성공의 조건은 명확하다. 콘셉트카의 디자인 감성을 양산차에서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파워트레인의 신뢰성, 합리적 가격 책정, 실용성과 감성의 균형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오프로드 감성에 실용성까지 더한 SUV로서 KR10이 제대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국산판 랭글러’라는 별명은 단순 수식어가 아니라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