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랩 때리는 순이"…유쾌한 할매들 '한풀이 스웨그'
[앵커]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힙합 가수처럼 랩을 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팔순이 다 돼 뒤늦게 배운 한글로 시 쓰기에 도전했던 할머니들이 이번엔 래퍼로 변신한 건데요.
권민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단정히 머리를 빗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꽃분홍 양산을 쓴 할머니의 발걸음은 마을회관으로 향합니다.
[예쁜 손을 흔들어서 옆사람과 인사해요. 굿 애프터눈]
고된 삶을 사느라 할머니에겐 글을 배울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필선/87세 : 버스를 타려고 해도 버스 번호도 몰랐고 내 이름자 쓰려고 해도 이름자가 어떤 건지]
이곳에서 할머니는 여든이 넘어서 처음으로 글을 배웠습니다.
직접 쓴 시에 가락을 붙여 랩도 하고 내친 김에 랩 그룹까지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랩 때리는 순이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의 랩에는 고단했던 어린시절, 공부를 하지 못했던 설움이 담겼습니다.
[흑잿골! 아니~ 송정골! 아니~ 황학골에 셋째딸로 태어났어 오빠들은 모두 공부를 시켰어 딸이라고 나는 학교 구경 못했어]
8년 전 한글을 처음 배웠던 김태희 할머니의 시도 랩이 됐습니다.
[김태희/80세 : 나는 학생이다. 나는 나이가 많은 학생이다. (울먹) 어린 손주들처럼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준비를 하네.]
처음엔 시도 랩도 모두 낯설었습니다.
[김태희/80세 : (처음엔) 시가 뭐꼬. 씨앗뿐이 모른다. 내 살아온 거 심중에 있는 거 적으라고 하대.]
[서무석/87세 :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 처음에는. 자꾸 하니 거들먹거리는 것도 되고 재미도 있고…]
이제 한글을 배운지 넉 달이 조금 넘은 장옥금 할머니는 집에 와서 혼자 못 다한 공부를 합니다.
[장옥금/76세 : 나…나이 많은…나이가 많은 학생이야. {어떠셨어요 이름 자 쓸 때} 너무 좋지 내 안 하던 걸 하니까 그 소리만 하면 눈물 나. 우리 할매들 다 눈물 나.]
발음이 잘 안돼도
[정우정/문해력 교실 선생님 : 자 에브리바디 할 때 에브리바디 어려워서 '에브리바지'로 하기로 했죠?]
가사를 자꾸 잊어도
[이필선/87세 : 나 할일은 다 뭐였지… 그거지]
할머니들에겐 새로운 걸 배우고 표현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깜깜했던 세상이 밝아지는 거 같았다" 여든이 다 되어서야 글을 배우며 할머니의 세상은 환해졌습니다.
유쾌한 가락에 얹힌 세월의 흔적이 담긴 가사, 새로운 도전을 하는 어르신들의 노래는 어디까지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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