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다” 커쇼, 3000탈삼진

강우석 기자 2025. 7. 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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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통산 20번째 대기록

6회 초 2아웃, 주자 없이 1볼 2스트라이크 상황. LA 다저스 선발 투수 클레이튼 커쇼(37)가 100구째를 던졌다. 시속 137㎞짜리 슬라이더가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절묘하게 걸쳤다. 주심이 삼진을 선언하자 기립해 있던 5만3000여 관중이 일제히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무심한 척 3루 쪽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던 커쇼가 모자를 벗어 인사했고, 관중석의 가족들을 발견하고 손으로 입맞춤을 보냈다. 상기된 얼굴에서 감격이 묻어났다.

마지막 '낭만 투수'일까 -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6회 수비 때 개인 통산 3000번째 탈삼진을 잡은 뒤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커쇼가 3000탈삼진 고지에 올랐다. 스무 살이던 2008년 5월 스킵 슈마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첫 삼진을 잡은 뒤 18시즌 동안 441경기에 출전하며 이룬 대기록이다. 작년 MLB 전체 삼진 1위(229개)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았으니, 3000탈삼진은 13년 이상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서 활약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인 셈이다. MLB 통산 20번째. 왼손 투수로는 랜디 존슨(4875개), 스티브 칼튼(4136개), CC 사바시아(3093개) 등 단 4명만 이룬 대기록이다. 커쇼가 더욱 대단한 것은 통산 WHIP(이닝당 볼넷·안타 허용률)가 1.01로 3000탈삼진 이상을 달성한 20명 중 가장 낮다. 커쇼가 마운드에 있으면 상대팀 입장에선 득점은커녕 출루조차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저스는 이날 2점 차로 뒤지던 9회 말 3점을 내며 5대4 끝내기 역전승으로 커쇼의 기록 달성을 빛냈다. 9번 타자로 출전한 김혜성은 3타수 1안타를 올렸다. 커쇼는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진을 의식하면서 경기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솔직히 오늘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고, 슬라이더는 정말 형편없었다”고 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다. 개인 기록이 대단해도 함께 축하해 줄 사람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커쇼는 2008년 다저스에서 데뷔해 줄곧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원 클럽 맨’으로 3000탈삼진을 달성한 건 1974년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51년 만이다. 통산 216승(94패)을 거두면서 올스타 10회,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3회, 최우수선수(MVP) 1회 등 최고의 왼손 투수로 활약했다.

성실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인성까지 겸비한 커쇼는 리그에서 ‘스타들의 스타’로 꼽힌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휴가 대신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잠비아로 가 선교 활동을 하고, 직접 고아원까지 세워 운영 중이다.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은 커쇼를 두고 “마법 같은 선수”라고 했다.

2021년 맥스 셔저(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4년 만에 3000탈삼진 기록이 나왔지만, 미국 현지에선 커쇼 이후엔 한동안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현역 투수 중 가장 근접한 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크리스 세일(36·2528개)과 게릿 콜(35·2251개)인데 둘 다 30대 후반인 데다가 부상이 잦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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