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 대구 '순종 황제 어가길 동상' 철거 최종 결정

순종 황제 어가길 끝자락에 세워진 5.5m 높이의 순동 동상. 경북일보 DB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대구 방문 역사를 근거로 조성됐다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순종 황제 어가길 동상'의 철거가 최종 결정됐다.

17일 중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심의를 진행한 중구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는 위원 11명 전원 찬성으로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

지난달 대구시의 철거 요청과 앞서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한 중구청은 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이달 중으로 동상을 철거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진입로 확장 공사 등 도로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소요될 사업비는 4억 원으로 책정됐다.

순종 황제 어가길 조성사업은 혼잡한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장소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선조의 구국 항일정신을 되새긴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약 70억 원이 투입돼 순종 황제 어가길이 조성됐고, 남순역사공간과 높이 5.5m의 금빛 순종 동상도 세워졌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역사학자의 주장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일 감정을 잠재우기 위한 일제가 순종을 앞세워 남순행 일정을 진행한 '치욕스러운 역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1909년 1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남부 도시를 순회한 순종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의 강요로 움직였는데, 조선 의병의 투쟁을 억누르는 동시에 일제에 순종하라는 의미가 담긴 일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제복을 입고 일본 신사까지 참배한 순종의 역사를 대례복의 동상으로 되돌아보는 것 또한 부적합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구청은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재난이나 역사적 비극이 발생한 장소를 여행하는 역사·문화 관광의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맞섰지만, 어가길 자체가 관광지로서의 역할이나 기능을 갖추지 못해 설득력을 잃었다.

달성공원 일대에 공동주택이 들어선 이후에는 교통 혼잡 등 각종 불편이 지속하는 상황이어서 중구의회에서도 동상 철거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순종 황제 어가길 조성사업 이후 7년 사이 주변 환경이 변화했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라며 "절차에 맞춰 달성토성 진입로 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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