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동의없인 '무보수'… SK·알테오젠도 불안
소액주주는 주총 참여율 저조
25% 동의 확보 사실상 어려워
특수관계인 지분 부족 772곳
이사 보수한도 통과 '빨간불'
중소형사, 위임장 확보 안간힘
美·英선 사실상 이사회가 결정
재계 "정족수 규정 완화 절실"

'남양유업 판결' 이후 첫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재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2023년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사인 주주 역시 '이사 전원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왔지만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가 이사회 일원인 기업은 최대주주 본인 의결권을 뺀 나머지 소액주주 25%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손바뀜이 잦은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저조해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일 자체가 현실에서 굉장히 어렵다는 데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율만으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경우는 최대주주가 이사로 재임 중인 회사 1104곳 가운데 33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772곳은 무방비 상태로, 이는 전체 상장사 2410곳 중 32%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주)SK가 대표적이다. (주)SK는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의결권 지분율(자사주 제외)이 23.8%인데, 이를 제외한 유통주식 중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3.3%에 불과해 25%에 못 미친다. 주총 현장에서 12%에 가까운 동의를 추가로 얻지 못하면 안건이 부결되는 셈이다.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꼽히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이 54.4%에 이르지만 보수 한도에 한해선 무용지물이다. 나머지 지분 가운데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0.7%에 불과해 보수 한도가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총 1·2위를 다투는 알테오젠도 최대주주 박순재 대표의 지분율이 19.1%인 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6%에 그치고 있으며, '창업 신화'로 꼽히는 하이브와 에이피알도 대주주 지분율이 각각 30%대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 수준이어서 부결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2017년 이른바 '섀도 보팅'이 폐지된 이후 감사 선임 부결이 속출했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 불참한 주주 표를 찬반 비율에 따라 나눠주는 방식이다. 제도가 폐지되자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가 공석이 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감사 선임의 경우 '3% 룰'에 따라 대주주 지분율 3%가 인정됐음에도 부결이 속출했는데, 이번에 도마에 오른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은 대주주 지분율을 아예 없는 것으로 묶어버렸으니 부결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 통과된 333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앤컴퍼니와 대한제강을 비롯한 32개사 주총 표결 결과가 가결에서 부결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남양유업 판결 이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은 과거보다 훨씬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안건 상정에 앞서 기관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의결권 위임장 확보를 비롯해 일반 주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결권 위임장 대행 업체에 많게는 수억 원씩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가 기업가치 제고와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위임장을 받으려 개인 주주를 만나러 가면 이미 주식을 판 상태인 경우도 태반"이라며 "한 푼이라도 아껴 이익을 내야 하는 코스닥 기업들 입장에선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보수 한도 승인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입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 결의 시 발행 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 요건을 면제해 출석 주식 수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결의토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과거 감사 선임 불발 사태가 속출했을 당시 정부와 국회는 2020년 12월 상법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결의 요건을 완화해줬다.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는 발행 주식 총수의 25% 찬성 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만 찬성하면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특별이해관계자 의결권 배제가 주요국과 비교해 과도한 조항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사회(보수위원회)를 중심으로 보수를 결정하고 주주에게는 '자문적 투표(say on pay)'를 부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배에 영향을 끼치는 사항 등으로 특정한 경우 외에는 특별이해관계를 이유로 의결권을 배제하지 않으며, 현저히 부당한 결의가 이뤄진 경우에 한해 사후 소송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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