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카르텔에서 괴짜 청년 사업가가 살아남는 법

▲ 영화 <웡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52] <웡카> (Wonka,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마술사 겸 발명가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심규혁(이하 우리말 더빙))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장대한 포부를 안고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입성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낡고 오래된 여관 겸 세탁소를 운영하는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전숙경)에게 사기를 당하고 만 것.

부와 명예를 가진 귀족 남편이 나타나길 고대하는 속물인 '스크러빗 부인'은 갈 곳 없는 순진한 손님들을 속여 '작은 글씨의 조항'들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 뒤, 마구 부려 먹으면서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

가지고 온 12소버린을 모두 날린 '웡카'는 10,000소버린을 벌기 위해 매일 같이 지하 '세탁소'에서 다른 동료 회계사 '아바커스 크런치'(짐 카터/송용태), 배관공 '파이퍼 벤츠'(나타샤 로스웰/정유정), '로티 벨'(락히 타크라/이재현), 코미디언 '래리 처클스워스'(리치 풀처/송준석)를 만난다.

특히 '웡카'는 평생을 바친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안소명)과 함께 몰래 '세탁소'를 탈출해 초콜릿을 팔고 빚을 갚아 자유로워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스크러빗 부인'에게 데려갈 고객을 찾기 위해 밤마다 거리를 어슬렁대는 여관 관리인 '블리처'(톰 데이비스/시영준)를 이용한 것이었다.

수년째 '스크러빗 부인'을 연모해 오고 있지만, '블리처'를 그저 게으른 촌놈 취급하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스크러빗 부인'의 확고한 취향을 '블리처'에게 입히게 한 것.

그렇게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는 사이가 된 틈을 이용해 '웡카'는 '누들'과 함께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팔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견제하는 초콜릿 연합(번역은 연합으로 되어 있으며, 원어는 '카르텔')은 사사건건 방해 공작을 펼친다.

<웡카>는 <그렘린>(1943년),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1977년), <내 친구 꼬마 거인>(1982년), <마녀를 잡아라>(1983년), <마틸다>(1988년) 등 영화로도 옮겨진 바 있는 다양한 소설을 쓴 로알드 달 작가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7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다섯 명의 어린이가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으로 가는 티켓에 당첨된 후 견학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웡카>는 '윌리 웡카'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신만의 초콜릿 공장을 갖추게 되었는가에 대한 프리퀄로, 말썽꾸러기 곰 '패딩턴'이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담아낸 <패딩턴> 시리즈를 연출한 폴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로알드 달' 재단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후 프리퀄이 나올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세 작품에 나오는 '윌리 웡카'의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르다는 것. 진 와일더가 연기한 1971년 영화에선 괴짜이면서도 동시에 너그럽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니 뎁이 맡은 2005년 버전에서는 팀 버튼 감독 본인의 정신 세계가 그대로 투영된 캐릭터처럼 묘사되었다.

<웡카>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열정적이면서 로맨틱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청년 사업가의 이미지로 '웡카'를 표현했다.

잠시, 우리네 청년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자.

서울의 어느 단칸방에 말도 안 되는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청년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지만, 거대한 기성 세대의 카르텔(<웡카>에서는 초콜릿 연합이 경찰과 종교계 인사의 비호를 동시에 받는다) 앞에서는 맥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 말이다.

<웡카>는 '이 지점'을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 관객을 완벽하게 건드렸다.

아무리 "내용이 유치하다"라는 반응이 나올지언정, 불합리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열정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과의 우정과 연대로 '초콜릿 공장'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과정은 '판타지 장르'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웡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적들'도 뛰어난 초콜릿이라 할 정도의 능력을 얻었는지는 나오지는 않지만, 영화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그 꿈의 크기 만큼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걸 꾸준히 설파한다.(기분 탓인지, '웡카'가 지속해서 초콜릿 연합의 방해를 받는 모습은, 드라마 <국희>(1999년)의 주인공 '국희'(김혜수)가 제과점을 창업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이 떠올랐다)

단순히 하늘의 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지는 동화와는 다르다는 걸 강조한 것.

한편, <웡카>는 원작이 지닌 한계에 대한 지적이 등장했는데, 일견 공감이 되기도 한다.

'공정무역'이 최근에야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은 아프리카, 남미와 같은 제3세계이며, 싼값의 노동력으로 원료가 만들어져('약탈'도 공공연히 이뤄진 시기가 있었다) 제1세계에서 가공, 생산되어 비싼 값에 팔린다는 점이 '움파룸파'(휴 그랜트/이정열)를 통해 희화화됐다는 비판이 나온 것.

'움파룸파'는 카카오 열매를 지키던 임무를 맡던 중 깜빡 잠이 들었고, 그사이 '웡카'가 열매를 채취(언급한 '약탈'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해가는 바람에 살던 섬에서 쫓겨난다.

이로 인해 '웡카'에게 앙심을 품은 '움파룸파'가 밤마다 '웡카'가 만든 초콜릿을 훔쳐 달아난다는 설정이 나타난 것.

다만, <웡카>는 원작의 비판 사항을 수정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꿈 많은 청년의 희망가를 더 강조한 작품이 됐다.

2024/01/15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웡카
감독
폴 킹
출연
티모시 샬라메, 칼라 레인, 짐 카터, 나타샤 로스웰, 라키 타크라, 리차드 풀쳐, 올리비아 콜맨, 톰 데이비스, 휴 그랜트, 샐리 호킨스, 패터슨 조셉, 매튜 베인턴, 맷 루카스, 키건 마이클 키, 로완 앳킨슨, 시몬 파르나비, 시몬 파르나비, 폴 킹, 로알드 달, 데이비드 헤이만, 루크 켈리, 알렉산드라 더비셔, 케이트 애덤스, 로지 앨리슨, 마이클 시겔, 피트 치아페타, 앤드류 래리, 앤서니 티타네그로, 팀 웰스프링, 조비 탤보트, 정정훈, 마크 에버슨, 니나 골드, 네이던 크로리, 토비 브리튼, 리 샌들스, 린디 헤밍
평점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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