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주택 리모델링 성공법과 사례

Special Feature 2

기억이 깃든 집을 다시 짓다
농가주택 리모델링의 실제와 절차
어릴 적 필자의 집은 이른바 ‘달동네’로 불리던 언덕배기에 있었다. 계획 없이 필요에 따라 이어붙인 골목과 계단들이 생명체처럼 얽혀 있었고, 그 골목 한편에 자리한 집 앞에는 무성한 장미넝쿨이 엉성한 한옥의 처마를 타고 있었다. 붉은 벽돌과 한옥 구조가 뒤섞인 채 짧은 마루를 품은 집. 페인트가 벗겨져 나뭇결이 드러난 그 마루는, 30여 년 전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졌지만 지금껏 꿈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한성욱 대표(㈜더하우스)
현재 내가 사는 깔끔한 신축 단독주택이 아닌, 어린 시절의 정서와 기억이 켜켜이 얽혀 있는 그 낡고 소박한 공간. 우리는 이러한 것을 ‘장소성(Place Identity)’이라고 부른다. 특정 공간에 쌓인 시간의 감정과 기억, 관계들이 개인에게 독자적이고 강렬한 의미로 전이되는 현상이다. 누군가에겐 흔하디흔한 집이 다른 누군가에겐 삶을 정의하는 상징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소성에서 출발하는 농가주택리모델링
한옥 농가주택 리모델링을 상담하러 오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 ‘장소성’이라는 감정적 기반에서 출발한다. 부모님과 보낸 유년의 흔적을 허물지 못해 개보수를 택하는 경우 혹은 직접적인 추억은 없지만 따뜻하고 담백한 한옥의 미감에 끌려 그곳에 자신의 새로운 삶의 기억을 더하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요청은 결국 리모델링이 단순한 실용의 영역을 넘어 정서적 복원과 ‘삶의 재배치’를 향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기억이 깃든 농가주택의 리모델링은 단순한 실용의 영역을 넘어 정서적 복원과 삶의 재배치를 향한 선택이다.
무허가 농가주택, ‘양성화’를 고려하다
농가주택 리모델링에서 고려해볼 사항은 바로 ‘무허가 건축물의 양성화’다. 특히, 2006년 5월 8일 이전 건축물은 건축물대장 생성으로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합법화가 가능하다.
적용 대상 확인
2006년 5월 8일 이전에 건축된 건축물로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위치할 경우 적용 대상이다.

건축허가 및 승인 절차
① 인접 대지 및 도로면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철거 필요
② 설계도면, 정화조 사용필증 등 제출 →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획득
③ 등록 및 세금 납부
④ 건축물대장 등재
⑤ 취득세 납부 → 소유권 등기

2006년 이후 건축물은 현행 <건축법>의 구조 및 용도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허가 과정이 더 까다롭다.
구조부터 배수까지, 리모델링 전 점검 포인트

구조 상태 확인
한옥 농가주택은 대부분 중목구조를 갖는다. 벽이 하중을 지탱하는 조적조와 달리, 기둥·보 등의 목조 부재가 주요 구조체이다. 이에 따라 부식 여부, 벌레 피해, 균열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대지 배수 상태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대지 위에 지어진 건축물은 기초 및 구조재의 부식 위험이 높다. 이는 공사비 증가로 직결되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필요시 배수로 공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 계획, 신축 대비 약 50% 수준
농가주택 리모델링은 전기·설비·단열 등 대부분의 공정이 신축에 준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공사비는 신축 대비 평균 50% 내외로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철거·보강·배수 공사 여부에 따라 편차는 크다.
2006년 5월 8일 이전에 건축된 건축물로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위치한 무허가 농가주택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합법화가 가능해졌다.
농가주택의 기둥과 보 등은 목조 부재가 주요 구조체라서 리모델링 시 부식 여부, 균열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정읍 소성 농가주택 사례로 본 리모델링 과정

1. 디자인 방향 미리 설정
이 프로젝트는 귀촌을 위한 은퇴 주택으로, 건축주는 “한옥의 느낌을 살리되, 손님용 응접실과 기도실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처럼 기능과 감성 요소를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설계·예산·공사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중요하다.
건축주 요구에 따라 계획된 기도실
2. 가장 위험한 공정, 철거
하중을 받는 부재와 받지 않는 부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철거 전에 구조 보전이 필요한 부위는 서포트 보강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3. 구조 보강
철거 중 발견되는 은폐된 부식은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해당 사례에서는 썩은 기둥이 여러 개 발견돼 전문 대목수가 1주일 간 기둥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4. 단열 시공
단열은 자재 자체의 열전도율뿐만 아니라 기밀성 및 투습성이 중요하다. 한옥은 표면이 평활하지 않아 일반 재단형 단열재 시공이 어렵다. 따라서 이 현장에서는 수성 연질폼(Open Cell) 단열을 적용했다. 수성 연질폼 단열은 투습성이 있어 실내 습기를 외부로 배출할 뿐더러 기밀 시공에도 유리하다. 단, 열전도율 및 화염확산 성적서가 있는 제품 선택이 중요하다.
구옥의 철거와 구조 보강, 단열은 어찌 보면 신축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다.
리모델링은 복원 이상의 의미다
정읍 소성 농가주택은 건축주의 감성을 반영한 한옥 요소, 응접실, 기도실 등을 모두 담아내는 방식으로 완공됐다. 이처럼 리모델링은 단순한 ‘개조’가 아니라 삶을 복원하고, 새로운 기억을 짓는 과정이다.

장소성이 머물렀던 그 공간에 다시 시간을 쌓는 작업. 그래서 리모델링은 때로 신축보다 더 많은 정성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 법적 절차, 구조적 위험, 비용 부담…. 그럼에도 리모델링을 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집’이라는 공간이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삶과 감정, 기억이 깃든 이야기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정읍 농가주택의 리모델링 후 거실과 응접실 모습
수성연질폼 관련 자문_중앙단열 JAINS, 02-542-1943
양성화 관련 자문_동하건축사무소, 063-563-2772

수작업의 흔적 위에 재해석한 공간
담양 주택 ‘고쳐 쓴 집’
실측을 위해 처음 방문한 현장은 과거 건축주의 손길이 곳곳에 남아 있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현관 앞에 손수 설치한 목재 데크, 엉성하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목구조들까지 직접 고쳐온 흔적들이 내외부 곳곳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노출되는 주방, 거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불균형한 배치 그리고 전통 한옥의 특징익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평면 구조’는 새로운 주거와 동선 편의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우리는 실측 결과를 바탕으로 평면 구성을 전체 재정리하는 것에서 출발점을 잡았다.

글 사진 한성욱 대표(㈜더하우스)

HOUSE Info.
위치
전남 담양군
대지면적 555㎡(167.88평)
건축면적 103㎡(31.16평)
연면적 138.24㎡(41.82평)
설계 및 시공 더하우스
1688-4517 / www.thehouse21.com
평면은 재구성하고 한옥미는 유지하고
먼저 외부에 포치를 마련해 진출입할 때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기존 주택의 단차 문제는 약간 길게 설정한 현관 내에 계단을 계획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노출된 주방도 문제였다. 위치를 층고가 낮은 전면부로 이동시키고 중문을 지나면 복도와 거실이 먼저 맞이하도록 배치를 조정해 공간의 중심을 찾았다.
전통 한옥의 특징은 방-방 연결 구조지만 담양 주택에는 방의 면적을 조정해 복도를 새롭게 확보하고자 했다. 복도를 통해 프라이버시는 물론 명확하고 효율적인 동선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실과 복도는 과감하게 천장을 오픈해 서까래를 노출함으로써 구조부 자체가 공간의 장식이 되는 한옥의 매력을 살렸다.
보강된 구조 속에서 공존하는 감성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주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공간 본연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정립한 사례다. 외부는 넓은 현무암 데크를 설치해 활용과 품격을 높였고 내부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해 군더더기 없이 연출했다. 포인트가 된 노출 서까래와 기둥은 구조미를 전한다. 건축주 역시 기존의 집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가장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완성해 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만족을 느꼈다.
담양 주택은 단순한 구조 보강이나 외관 개선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거주자의 생활 방식과 감성까지 고려해 평면을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나아가 한번 삶을 품었던 공간이 새로운 삶을 품기 위한 공간으로 돌아온 소중한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