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진 마지막 길, 달라지는 장례 문화

인간의 삶에서 죽음만큼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없다. 그러나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우리 사회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와 장례 방식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 웰다잉 같은 논의가 확산되면서 삶의 끝을 스스로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제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종말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팬데믹 기간 우리는 수많은 주검을 목격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죽음이 일상이 되었고, 가족조차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았다.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까지 겹치며 생명의 허무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한다. 말 그대로 죽음이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다가온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경험은 장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장례식장은 밤낮으로 조문객이 드나들고, 유족은 조문객을 맞느라 정작 고인과 작별할 시간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3일장이라는 형식과 조문 문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이런 장면은 크게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례식 참석 자체가 어려워졌고, 친인척은 물론 가족 간의 제사나 경조사 참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 경험이 몸에 밴 탓인지 감염병이 지나간 뒤에도 예전 같은 경조사 문화는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길흉사를 미루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공동체 중심의 의례보다 개인의 삶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3무(無) 장례'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염습을 생략하는 무염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무형식 장례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무빈소 장례는 2025년 기준 전체 장례의 15~20%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 안팎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특히 지방의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무빈소 장례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최근 평균 장례 비용은 1500만원에 달한다. 장례식장 임대료와 음식 접객, 수의와 꽃 장식 등을 합치면 많게는 2000만원을 넘기도 한다. 반면 무빈소 장례는 접객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치를 수 있다. 장례를 준비하는 유족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사회 구조의 변화도 중요한 배경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친족 관계가 예전만큼 촘촘하지 않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장례를 치르더라도 조문객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 무빈소 장례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비용이나 가족 구조만으로 이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가족의 의식 변화도 크다. 북적이는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고인과 마지막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전통 장례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모여 조용히 추모하는 방식이 오히려 의미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고인이 좋아하던 음악을 틀거나 영상 메시지를 상영하는 등 맞춤형 추모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생전에 지인들을 초청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생전 장례식'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장례가 더 이상 형식적 의례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죽음마저 개인화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장례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공동체가 슬픔을 나누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회적 장치라는 점이다. 지나친 간소화가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최근 장례업계에서 유가족 알선을 대가로 상조업체 장례지도사들에게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이 공정위에서 적발된 것 역시 장례 문화가 상업화된 단면을 보여준다. 죽음 앞에서조차 돈이 개입되는 현실은 씁쓸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장례가 3일이든 하루든, 빈소가 있든 없든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진정성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우리 사회가 장례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지금, 그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허례허식을 걷어내되 인간적 온기는 지키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Copyright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