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167 김하성, 8회 커브 받아쳐 174km 총알 안타… 빅이닝 불씨 당겼다

숫자만 보면 초라하다. 타율 0.167. 복귀 2경기 합산 6타수 1안타. 통계 화면 어딘가에 묻혀 있을 법한 수치다. 그러나 14일 트루이스트 파크 8회말, 김하성의 좌전 안타는 단순한 안타가 아니었다. 시속 174km로 3-유격수 간을 꿰뚫은 타구는 1-1 동점 상황에서 애틀랜타의 빅이닝을 여는 도화선이 됐다. 그 이닝에서 애틀랜타는 3점을 뽑아냈고, 4-1 최종 승리로 시즌 30승을 완성했다.

복귀 맥락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 안타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김하성의 2026시즌은 사실상 두 번 시작됐다. 지난 1월 국내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우측 중지 파열 힘줄 수술을 받았다. 12월에 체결한 1년 2000만 달러 계약은 그대로였지만, 스프링 트레이닝과 시즌 초반을 통째로 날렸다.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지난 13일 복귀한 시점이 5월이었다. 팀은 이미 30경기 가까이 소화한 뒤였다.

거기에 상대 선발이 이마나가 쇼타였다. 통산 대결 성적이 10타수 1안타, 이날 두 타석에서도 삼진과 뜬공으로 물러났다. 스플리터와 커터로 무장한 이마나가를 상대로 김하성이 유독 고전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데이터다. 그 이마나가가 물러난 8회, 필 메이튼으로 바뀐 직후 나온 2구째 커브를 받아쳤다. 투수 교체 직후의 타이밍 조정, 그리고 커브 선택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긴 재활 공백 이후 나온 장면으로는 의미 있는 신호다.

물론 타율 0.167은 현재진행형 물음표다. 2024년 탬파베이에서 어깨 수술 여파로 무너졌고, 웨이버로 애틀랜타에 이적한 뒤 234의 타율과 OPS .649를 기록했다. 커리어 최고 시즌이었던 2023년의 OPS .801과 거리가 있다. 2023년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쌓은 브랜드 가치와 지금의 실제 생산성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기용하는 방식은 현재로선 조심스럽다. 7번 타자 유격수. 클린업이 아닌 하위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이다. 이날처럼 선두 타자가 출루한 뒤 추가 주자를 만들고, 이후 장타자의 타점 기회를 여는 것이 기대 역할이다. 실제로 8회 빅이닝은 해리스의 선두 안타→김하성 좌전 안타→야스트렘스키 2루타→두본 투런포 순서로 연결됐다. 김하성의 안타가 없었다면 병살이나 범타로 이닝이 끊겼을 가능성이 높다.

수비는 여전히 신뢰도 높다. 이날 무사 1루 상황에서 콘포르토의 타구를 잡아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1루로 던지는 병살 처리는 빈틈없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자답게 수비 기여는 타격보다 안정적이다. 팀이 그를 7번으로 쓰면서도 선발 출전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 6주가 변수다. 타격 감각 회복 속도, 손가락 수술 부위의 타격 충격 적응, 그리고 무엇보다 좌투수를 상대하는 성적이 관건이다. 커리어 통산 타율 0.242, OPS .701이라는 수치 자체는 중간 이상이지만, 2000만 달러짜리 계약에 대한 기대치는 그보다 위에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복귀 두 번째 경기에서 1-1 동점 8회, 팀의 역전 빅이닝을 연 안타를 뽑아냈다는 것. 숫자가 아직 작동하지 않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는 사실은 기록에 남는다.

타율이 인식을 따라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김하성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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