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돌파 후 '양지화' 타투이스트, '사후허들' 촉구 [현장+]

3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한국문신전 2025'의 타투 콘테스트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우리 내년부터는 여기서 타투 할 수 있습니다."

3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한국문신전 2025'의 개회사를 맡은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잉크트윌 대표)은 이같이 말하며 문신의 합법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달 27일 '문신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데 따른 반응이다. 해당 법안은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트(문신사)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블로터>가 찾아간 한국문신전 현장에서 기자는 '이방인'이었다. 기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계자와 관람객들은 저마다 다른 문신을 몸에 새기고 있었다. 관람객으로 20~4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가족들과 동행한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장(場)을 함께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부스와 콘테스트를 둘러보며 문화로서의 문신을 공유했다.

합법화 전 마지막 행사에 기대감 고조

3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한국문신전 2025'의 행사장 전경 /사진=이승준 기자

문신사들 사이에서는 합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행사를 앞두고 문신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됐다는 점에서다. 김도윤 지회장은 "이전 행사와 비교했을 때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며 "단순히 인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등 훨씬 동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단순 '전시'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 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타투 컨벤션은 행사장 안에서 타투를 한다"며 "그걸 보기 위해서 또는 작업을 받기 위해서 타투 컨벤션에 오는 것인데, 우리나라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투잉을 할 수 없게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이 불법인 상태로 여는 마지막 컨벤션"이라며 "그동안은 아무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사명감만으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임동경 타투이스트도 "오래 전부터 문신 합법화를 굉장히 많이 바라왔고 이제 '드디어'라는 느낌이라서 매우 기대된다"면서도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나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 등으로 인해 무산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만큼의 기대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전보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간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은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서 마주친 관람객 A씨는 "개회사에서 문신사법이 곧 통과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과거에는 문신을 한 사람들을 그저 불량스럽게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문신 행위가 합법화된다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문신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덜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작업자에 더 큰 책임감 부여해 양지화

'한국문신전 2025' 현장에서 만난 김도윤 타투이스트. 그는 타투 크루 '잉크트윌'의 대표이자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문신의 합법화를 앞둔 현 시점에서 타투이스트들의 시선은 '사후허들'로 향해 있다. 진입장벽을 높이는 대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작업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공제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타투이스트뿐 아니라 고용주까지 처벌하도록 해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형태다.

김 지회장은 "작업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 지금 문신사법"이라며 "교육과 간단한 시험을 치른 후에는 결과물에 대해서 철저히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우리나라도 실력 없고 일할 공간이 없는 타투이스트들을 수백명씩 고용해서 아무나 작업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처벌을 더 강력하게 하면 그런 시장이 앞으로 없어짐으로써 소비자도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문신사법 의안원문을 살펴보면 제7장 벌칙에서는 △문신사의 등록 없이 문신행위를 한 자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해 문신행위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한 자 △문신사의 등록 없이 문신업소를 개설한 자 △보호자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문신행위를 한 자 등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타투 업계에서는 최우선과제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목한다. 공포 후 법 시행까지 걸리는 '2년'보다 더 길어지면 안 된다는 우려다. 김 지회장은 "시행명령을 만드는 데 2년이 걸릴 전망"이라며 "법이 공포되고 나면 발생하는 그 2년이라는 시간에서 더 늘어지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 동안 우리 노동조합도 자정작용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국가가 의사결정 시간을 더 타이트하게 줄여나가야 한다"며 "일본은 타투가 합법이 됐는데도 5년째 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의료계 반발에는 "외국보다 엄정한 위생관리"

3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한국문신전 2025'의 행사장 내부에는 부스들이 들어서 있었다. /사진=이승준 기자

27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문신사법은 국가시험을 통해 문신사 면허를 부여하고 당국에 등록된 문신사만 업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생·안전 관리 △미성년자 시술 금지 △업소 외 시술 금지 △정기교육 의무화 등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통과는 제도권 편입의 사실상 첫 관문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시한 이후 발의된 유사 입법안들은 의료계 반발과 사회적 인식 한계로 무산돼 왔다는 점에서다.

다만 본회의 의결 이후에도 실제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시험 과목, 교육 과정, 위생관리 기준 등을 정하는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이 남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업계,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가 조율돼야 하는 상황이다. 문신사법은 3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받고, 다음달 1일 본회의장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여야 합의로 가결됐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반대가 거세다. 감염병 전파와 피부질환 등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점, 단기 교육과 자격시험만으로는 의학적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문신 시술은 의료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와 업계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김 지회장은 "전 세계 타투 업계에서 허용하고 있는 안전 기준은 '소독'인데 한국은 지금 그것보다 한 단계 높은 '멸균' 단계의 감염 관리 지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1회 위생관리 교육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의 감염관리 지침은 전 세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이미 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직 생소할 뿐이며,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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