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역사 담긴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 가 보니

초등학생 때 친구가 재밌는 게임이 나왔다며 PC방을 가자고 했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캐릭터를 만들고 늑대를 잡다가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사냥은 거의 포기했던 거 같지만 의외로 다른 할 것이 꽤 많았고 분위기는 몽환적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환상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역사의 한 편으로 사라지기는커녕 20주년 기념 축제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 놀라운 마음을 가지고 현장을 방문해 봤다.

입장 대기 중인 밀레시안들 [사진=곽도훈 기자]

22일 서울시 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에서는 ‘마비노기 20주년 판타지 파티’가 개최됐다.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밀레시안들이 현장을 찾은 모습이었다. 아마 12회 만에 최초로 열린 야외 판타지 파티라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 특히 안전을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 대기열이 발생했음에도 관객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현장에는 게임 축제치고는 많은 14개의 프로그램과 3개의 제휴 부스, 휴게존 등이 마련됐다. 너무 볼 게 많아 어디부터 가야할지 감이 안 잡혔지만 오늘의 운명을 점쳐보기 위해 ‘운명은 어디로? 타로카드점’ 창구를 방문했다.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10명에 가까운 점쟁이(?)들이 밀레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점괘를 받은 뒤 ‘후후 불면은 커다란 솜사탕 양’ 창구에서 솜사탕을 만들었다. 마치 마비노기 게임 속에 나오는 솜사탕 양털처럼 생긴 게 맛있었다.

이어 ‘DIY 염색 나만의 에코백’ 창구에서 밀레시안들의 솜씨를 감상하다 이동 중이었는데, 밀레시안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감지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 보니, NPC에게 화가 많이 난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퍼거스’. 마비노기에서 강화를 담당하는 NPC였다. 넥슨은 화난 밀레시안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퍼거스를 샌드백으로 변형시켜 곳곳에 배치해 놨다. 만약 세 곳의 퍼거스 샌드백을 가격하면 커널스 팝콘 교환권을 받을 수 있었다. 유저들이 감정을 담아 샌드백을 치는 모습을 보니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마음이 이해가 갔다.

10만 밀레시안을 대신해 복수했다. [사진=곽도훈 기자]

오후 4시가 되자 메인 무대에서 밀레시안들의 축제를 축하하러 온 인디 가수들의 공연이 열기를 띠었다. 이들은 자유로운 현장 분위기에 맞춰 열정적인 노래로 흥을 돋웠다가도, 게임 분위기에 맞는 몽환적인 노래로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부스를 돌던 사람들도 자리를 잡고 이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장 옆쪽에는 판타지 파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있었다. 20주년 기념으로 공개한 테마 가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장패드, 파우치, 키링, 타로카드 등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굿즈가 많았다. 화룡점정은 ‘마비노기 20주년 기념 나오 피규어’였는데, 주인공 나오가 산뜻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피규어는 18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 기간 현장 예약 구매 시 3만원 할인에 특전 포스터까지 지급했다.

솔직히 가지고 싶었다. [사진=곽도훈 기자]

축제에 왔는데 무조건 돈을 주고 굿즈를 사야 한다면 섭섭하지 않을까. 그래서 주최 측에서 뽑기를 준비했다. ‘전설급 아이템을 잃어버리셨나요?’ 창구에서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캡슐 뽑기를 준비했다.

이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마련됐는데, 기본적인 키링과 마스킹테이프부터 로나의 스페셜 금화상자, 드래곤의 비늘 조각, 에린의 정기 등 인게임 아이템, 그리고 옥스퍼드 마비노기 레고 등 마비노기 굿즈 6종을 지급했다. 이중에서 가장 좋은 메인 아이템은 ‘붕괴된 마력의 정수’인데, 인게임에서 잘 뜨지도 않고 약 5000만 골드 정도 하는 매우 비싼 아이템이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4만원 정돈데 이 '붕마정'을 2개나 준다. 확률은 회차별 약 400개 중에 1~2개만 들어 있는 수준이었다.

마비노기 굿즈 6종. [사진=곽도훈 기자]
붕괴된 마력의 정수를 뽑으면 대박이다. [사진=곽도훈 기자]
사람들이 뽑고 간 캡슐들이다. [사진=곽도훈 기자]

너무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휴식 공간이 있었다. 텐트 형태로 마련된 휴게존에 앉아 있으니 20년 전 마비노기를 즐기던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게임을 하면 혼나기 일쑤였지만 현재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현장에서 가족 단위로 참가한 밀레시안도 종종 보였다. 사람간의 교류가 단절되는 요즘 오랜 추억을 담고 있는데 여전히 ‘즐길 수 있는’ 게 게임의 순기능이 아닐까.

곽도훈 기자 kwakd@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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