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먹 향기 배어 있는 불심과 단심
30여 년간 붓글씨를 써 온 묵경 차경규 서예가가 칠순을 맞아 10일부터 15일까지 창원성산아트홀 제 4전시실에서 <묵경 차경규 길을 묻다> 전시를 연다. 이 전시는 제목처럼 그가 추구한 서도는 무엇이 길인지를 묻고, 길이 어디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붓을 잡은 차 작가는 20년 동안 학서 박금숙(경남도립미술관 관장) 서예가의 지도를 받았다. 그동안 국내외 전시회에 40회 참여했고, 대한민국서예대전 삼체상과 성산미술대전 우수상 수상 등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경남미술대전 등에서 심사위원도 맡았다. 그의 경력에 비춰 이번이 그의 첫 개인전이란 사실이 놀랍다.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주제는 불심(佛心)과 단심(丹心)이다. 관음정이라는 법명을 가진 그는 불심 깊은 불자다. 또, 포은 정몽주 후손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충절의 상징인 일편단심에 천착해 왔다.
불심은 사경(寫經)을 통해 드러난다.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옮겨 적은 작품들이다. 특히 묘법연화경 7만 자를 완성하는 데는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법화경 작품은 폭 70㎝에 길이가 45m에 달한다. 그의 동생인 차장섭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축사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새기며 서예에 집중하는 누님 모습은 마치 세상 풍파를 달관하고 진리로 나아가는 수도자와 흡사할 정도로 진지했다"고 소개했다.
단심은 정몽주의 시조를 옮겨 담은 작품으로 표현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로 시작하는 단심가일 테다. 이 작품을 이 시조에 대한 이방원의 답인 하여가와 함께 배치해 대비감을 높였다. 고영조(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시인은 격려사에서 "작품을 통해 포은 선생의 글을 다시 읽으며 새삼 절의와 선비의 정신을 깨닫게 된다"며 "오랜 세월 묵묵히 서예인의 길을 걸어온 묵경의 참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예 작품과 함께 작가가 국내외를 여행하며 모은 연적(硯滴) 소장품 10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차 서예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가풍과 불법 그리고 필묵이 저의 삶을 풍요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저의 부족함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내면으로는 선조의 시문(詩文)과 법보(法寶)에 담긴 의미를 더 깊게 체득하고, 바깥으로는 서예 조형의 다변성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후원했다. 문의 010-4552-0927.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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