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장비·제조 기업 에프에스티가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설비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이 지속된 상황에서 운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펠리클의 생산 역량 확대를 꾀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에스티는 최근 자기주식 45만주를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174억원으로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2.05%에 해당한다. 한 주당 처분 가격은 3만8597원으로 이사회 결의일 종가의 4.7% 할인율이 적용됐다.
회사는 자사주 처분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단기성 차입에 대한 부담을 낮추면서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취지다. 매수자는 메리디안원자산운용과 싱가포르의 점프트레이딩퍼시픽이다.
에프에스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작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와 장비를 만드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핵심 제품은 반도체 제작 공정 중 포토마스크 표면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초박막 보호막인 펠리클과 온도를 제어하는 칠러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펠리클 사업의 매출은 123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8.8%를 차지했다.
에프에스티의 자금 수요는 최근 이어진 펠리클 생산 설비 투자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8억원으로 전년 동기(-172억원) 대비 양수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유형자산 취득을 중심으로 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311억원 순유출을 기록해 현금 유출이 더 컸다.
에프에스티 관계자는 "기술 고도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연구개발 비용이 상당히 늘었다"며 "동시에 펠리클 캐파 증설 등 CAPEX(유형자산 취득) 투자도 이어져 매출은 상승과 동시에 투자 비용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의 설비 투자 규모는 최근 수년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에프에스티의 2024년 연간 유형자산 취득 규모는 685억원으로 305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최근 자회사인 아이엠디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회사의 인근에 있는 자회사로, 합병을 통해 아이엠디가 보유한 건물 등에 추가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펠리클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는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은 2803억원으로 전년(2374억원) 대비 18.1%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5억원으로 적자전환함과 동시에 순손실도 같은 기간 16억원에서 14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펠리클 판매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로 매출이 증가했다"며 "연구개발비의 증가와 칠러 장비의 해외 고객 서비스(CS) 구축, 미국 시장 내 장비 납품 준비로 인해 고정비용이 늘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에프에스티는 자금 조달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 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러 목표를 갖고 있다"며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바탕으로 여러 미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프에스티는 이번 자사주 처분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과는 별개의 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금이 많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신규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하는 입장"이라며 "자금 조달의 목적이 명확하고, 무엇보다 자기주식 처분은 빠르게 재원 조달이 가능해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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