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M&A 나침반] 법인간 합병의 절차와 주요 법률적 쟁점

합병의 종류와 각 합병의 의의

합병의 종류를 논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구분은 흡수합병과 신설합병이다.

흡수합병은 하나의 회사가 존속하고 다른 회사가 소멸하는 방식이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유형이기도 하다. 반면 신설합병은 당사회사들이 모두 소멸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가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방식이다.

법률상 둘 다 명확히 인정되는 합병 방식이지만 실무상 빈도와 쓰임새는 상당히 다르다.

먼저 흡수합병의 의의를 보자. 흡수합병의 핵심은 기존 존속회사의 틀을 활용해 두 회사간 통합을 진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법인격을 비롯해 △조직체계 △내부규정 △거래 관계 △시장 인지도 등 기존 틀을 중심으로 소멸회사를 흡수하기 때문에 절차와 실행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다.

그룹 내 자회사 정리,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의 통합, 회사간 중복되는 기능의 정리 등을 위해 흡수합병이 주로 활용된다.

반면 신설합병의 의의는 두 회사 통합 과정에서의 중립적 재설계에 있다. 어느 한 회사를 중심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서 지배구조와 운영체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 간 규모나 위상, 브랜드가 유사하고 어느 한쪽을 존속회사로 삼을 때 발생하는 문제나 갈등 등이 클 수 있는 경우 또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 정체성과 조직 체계를 요구하는 경우 신설합병으로 진행할 때가 많다.

다만 실무에서는 새로운 법인 설립 및 구조 정립에 수반되는 비용과 운영 부담 때문에 신설합병이 상대적으로 덜 사용된다.

신설합병은 법률적으로는 깔끔해 보여도 실제로는 △신규 법인의 정관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체계 △금융계약 △거래처 커뮤니케이션 △인허가 대응 △브랜드 전환 △인사제도 정비까지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중요한 구분은 절차 간소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며 간이합병과 소규모합병으로 나눌 수 있다.

간이합병은 소멸회사의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 결의로 대체하는 방식이며, 소멸회사의 주주 전원이 합병에 동의하거나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주식의 9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에 간이합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이합병의 경우 소멸회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

상법 제527조의2(간이합병) ① 합병할 회사의 일방이 합병후 존속하는 경우에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사의 총주주의 동의가 있거나 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90이상을 합병후 존속하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때에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사의 주주총회의 승인은 이를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사는 합병계약서를 작성한 날부터 2주내에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합병을 한다는 뜻을 공고하거나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총주주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반면 소규모합병은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 결의로 대체하는 방식을 말하며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 및 자기주식이 존속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 소규모합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소규모합병의 경우 존속회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합병을 반대하면 소규모합병을 할 수 없다.

상법 제527조의3(소규모합병) ①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발행하는 신주 및 이전하는 자기주식의 총수가 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존속하는 회사의 주주총회의 승인은 이를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다만,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사의 주주에게 제공할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을 정한 경우에 그 금액 및 그 밖의 재산의 가액이 존속하는 회사의 최종 대차대조표상으로 현존하는 순자산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존속하는 회사의 합병계약서에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합병을 한다는 뜻을 기재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경우에 존속하는 회사는 합병계약서를 작성한 날부터 2주내에 소멸하는 회사의 상호 및 본점의 소재지, 합병을 할 날,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합병을 한다는 뜻을 공고하거나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④ 합병후 존속하는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공고 또는 통지를 한 날부터 2주내에 회사에 대하여 서면으로 제1항의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한 때에는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합병을 할 수 없다. ⑤ 제1항 본문의 경우에는 제522조의3의 규정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실무에서는 그룹 내 계열사 재편이나 지배구조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회사 간 합병에서 자주 검토된다.

예컨대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또는 합병으로 인해 발행되는 주식 수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주주총회 절차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다만 간이합병이나 소규모합병 모두 주주총회 승인 절차 일부가 간소화될 수 있을 뿐 △채권자보호절차 △공고 및 통지 △서류비치 △등기 △사후 절차 등은 여전히 중요하게 남는다.

법률적 관점에서는 위와 같이 흡수합병과 신설합병이라는 개념으로 합병을 구분하지만, 거래 방향성과 목적에 따라 합병을 다양하게 분류할 수도 있다.

사업 관계에 따라 △동종 또는 유사 사업 간 통합하는 '수평적 합병' △공급망 상 전후 단계의 통합인 '수직적 합병' △사업 영역이 다른 회사 간 통합하는 '혼합적 합병'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상법상의 분류는 아니지만 공정거래 이슈나 합병 시너지 분석, 인수 후 통합 관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같은 합병이라도 수평적 합병은 중복된 사업 제거와 시장점유율 이슈가, 수직적 합병은 공급망 안정성과 거래구조 재편이, 혼합적 합병은 전략적 포트폴리오 확장과 조직문화 통합 등이 큰 변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의 방법과 절차, 그리고 한국 사례가 보여주는 실무의 핵심

합병의 방법을 실무적으로 설명할 때는 두 개의 층위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다.

하나는 구조 설계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집행 절차의 방법이다. 구조 설계의 방법은 △어떤 합병 유형을 택할지 △합병비율과 대가를 어떻게 정할지 △존속회사를 누구로 할지 △절차 간소화 제도를 쓸 수 있는지 △합병 후 지배구조와 운영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정하는 단계다.

집행 절차의 방법은 △합병 계획 수립 △합병계약서 작성 및 합병 계약의 체결 △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서 승인 △합병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채권자보호절차 △주권제출공고 △보고총회 또는 창립총회 △합병 등기 △사후 공고와 공시 △합병 후 통합 등을 어떤 순서와 일정으로 연결할지 설계하는 단계다. 실무에서 합병이 어려운 이유는 보통 이 두 층위가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합병 구조와 조건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합병비율과 합병대가가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존속회사 선정과 합병일정 설계다.

어느 회사를 존속회사로 할 것인지는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규제 대응 △조직 통합 △거래처 신뢰 △내부 권한 구조 △통합 후 인재 유지에도 영향을 준다.

합병비율이 맞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합병을 지나치게 재무적적 관점에서만 보는 셈이다.

합병계약서 작성은 합병 절차의 핵심 관문이다. 상법상 합병은 합병계약서 작성과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하고, 흡수합병과 신설합병은 각각 기재해야 할 사항도 다르다.

합병비율을 비롯해 △대가 지급 방식 △효력발생 구조 △합병기일 △정관 변경 △임원 구성 △단주 처리 △조건부 조항 △선행조건 △해제 사유 △당사자 협력의무 등 거래의 경제적, 법적 조건이 모두 적절하게 포함돼야 한다.

또한 합병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구하므로, 단순히 절차를 밟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합병 구조를 갖춰야 한다.

특히 상장회사에서는 △합병비율의 공정성 △거래 목적의 정당성 △시너지 실현 가능성 △합병 후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에 대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위한 자금 부담과 일정 지연 위험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주주의 강력한 권리이다. 실무에서는 법률요건만 확인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실제로는 △합병비율에 대한 시장 평가 △주가 흐름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판단에 따라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장사 합병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전략 △자금 부담 가능성 △일정 지연 시나리오까지 포함된 전략적인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비상장사에서도 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경우라면 합병 자체보다 반대주주 처리가 더 큰 협상 쟁점이 되기도 한다.

상법 제522조의3(합병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① 제522조제1항에 따른 결의사항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가 있는 때에 그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주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주주총회 전에 회사에 대하여 서면으로 그 결의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한 경우에는 그 총회의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한 서면으로 회사에 대하여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② 제527조의2제2항의 공고 또는 통지를 한 날부터 2주내에 회사에 대하여 서면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한 주주는 그 기간이 경과한 날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한 서면으로 회사에 대하여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보호절차는 합병 일정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영역 가운데 하나다.

합병 승인 후 일정 기간 내에 채권자에게 이의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알려진 채권자에게 개별 최고를 해야 하며, 이의제출 기간도 법정 최소기간을 충족해야 한다.

이 절차는 단순 공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기관 차입약정 △사채·담보 설정 △대형 공급계약 △임대차·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합병을 추진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으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합병 일정은 법정 최소기간이 아니라 제3자 동의 확보 가능성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합병 등기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절차는 끝나지 않는다. 보고총회 또는 이에 갈음하는 공고를 비롯해 △본점 소재지에서의 변경·해산·설립등기 △회계 및 세무 처리 △내부결재권한 재설정 △계약서 당사자 표시 변경 △인사 및 노무·시스템 통합 등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합병 등기까지 완료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경영적으로는 이때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인 경우가 많다.

특히 △권한체계 △결재규정 △전결규정 △내부통제 △전사적자원관리 및 회계시스템 △대외계약 관리 체계가 통합되지 않으면 법인은 하나인데 운영은 둘인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한국에서 합병 논의가 커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쟁점이 바로 △합병비율의 공정성 △주주보호 △지배구조 재편의 정당성이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국면에서는 △합병비율의 산정 논리 △평가 방법의 일관성 △절차의 투명성 △사전 및 사후 설명의 명확한과 설득력이 거래의 정당성을 좌우한다. 합병을 둘러싼 법적 분쟁 상당수는 조문 해석보다도 과정의 신뢰성에서 발생한다.

합병은 상법상 법률 행위이지만 결국 기업의 미래 운영 방법을 결정하는 전략적 경영행위이다

합병의 본질은 권리와 의무의 포괄적 승계에 있고 그 포괄승계는 자산과 계약만이 아니라 조직과 리스크, 기대와 갈등까지 함께 가져온다.

그래서 합병을 검토할 때는 이 거래가 법적으로 가능한가만 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구조가 합병 후 운영에 정말 맞는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절차비용과 이해관계자 조정 비용은 얼마인가 △합병 이후 1년의 모습이 선명한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흡수합병과 신설합병에 대한 선택도 마찬가지다. 흡수합병은 실행가능성과 운영통합에 강점이 있고 신설합병은 재설계 자유도가 있다. 간이합병이나 소규모합병은 절차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일정 요건이 갖춰졌을 때 효율성을 높이는 정교한 제도다.

중요한 것은 그 유형이 현재 회사의 전략과 이해관계자 관계에 적절하게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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