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고객 잡아라"…손보업계, 건강고지 세분화 상품전 '후끈'
보험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량고객을 겨냥한 손해보험 업계의 마케팅전(戰)에 불이 붙었다. 유병력자에 집중한 기존 영업관행에서 신수요층을 개척한 전략으로, 일반고객 대비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14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5년 이상 입원, 수술, 질병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표준체' 소비자에 비해 우량등급인 '건강체' 대상의 마케팅이 대형사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다. 지난해 KB손해보험의 'KB 5.10.10플러스건강보험'이 이 같은 우량고객 대상 상품 출시의 신호탄으로, 이달 들어서는 타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DB손해보험 '건강할때가입하는 행복플러스종합보험' △현대해상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 '굿앤굿스타종합보험' △흥국화재 '흥Good The건강한종합보험' 등이 건강체를 대상으로 할인폭을 늘린 신상품이다.
이 같은 양상은 보험사고 확률이 낮은 우량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그간 유병력자 시장에 비해 소홀했던 건강체 소비자를 잡으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시장점유율 확보로 보험계약마진(CSM)의 안정적 창출과 손해율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상품은 가입 이후 고객의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가입 이전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차등을 두지 않은 배경이다.
이와 달리 신상품은 가입 이후 건강상태로 인한 할인과 더불어 가입 전 건강고지 기간에 따라 차등적인 보험료 할인이 추가돼 기존 건강보험 상품 대비 20~30%의 절감효과를 나타낸다. KB손보가 앞서 최대 29% 할인을 내세웠는데 이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한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가입 이전 알릴 의무 고지사항에 건강고지 추가 질문서를 첨부해 건강검진 결과 제출이 아닌 가입자의 건강고지를 바탕으로 등급을 평가한다. 항목은 6~10년(DB손보는 8년까지) 입원 및 수술 여부 및 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 3대 질병에 대한 추가 고지다.
그동안 업계는 보장성보험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3N5(3개월 내 진단 유무, N년 내 수술 유무, 5년 내 암 등 중대질환 수술 유무)' 플랜을 출시했다. 여기서 유병력자라도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반면 KB손보는 건강체 대상의 보험료 차등화로 그간 수요가 저조했던 20대의 반응을 이끌었다. KB손보는 KB 5.10.10플러스건강보험의 20대 가입자가 전체의 14.4%를 차지하며 자사 건강종합보험 20대 가입자(4.8%) 대비 3배가량 높다고 집계했다.
현대해상 역시 15~40세에게 새로 출시한 두 종류 상품 중 유리한 쪽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폭을 넓혔다. 두 상품의 차이는 수술 여부와 2일 이상의 고지 여부다. 가입연령은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이 6~40세, 굿앤굿스타종합보험이 15~65세다.
흥국화재는 지난달 출시 상품에 포함한 전신마취암 수술비를 비롯해 회사 상품 중 인기있는 핵심 담보를 모두 담았다. 이 중 신(新)재진단암진단비Ⅱ는 보장횟수를 5회로 줄여 기존 신재진단암진단비에 비해 보험료를 저렴하게 구성하며 KB손보와의 차별성을 추구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서 보장성보험 판매가 보험사의 수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손보업계뿐 아니라 생명보험업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연령층 다각화와 상품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비자층을 더욱 세분화한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