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창문을 살짝 열어놓아도 빗물이 들이치지 않게 해주고, 담배를 태울 때 연기를 빼는 용도로도 유용했던 부품, 바로 '창문 빗물가리개(도어 바이저)'.

90년대, 2000년대 자동차에는 마치 필수품처럼 달려 나왔고, 새 차를 사면 서비스로 붙여주는 '국룰' 아이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신차들을 한번 보세요. 아무리 비싼 차라도, 이 편리해 보이는 빗물가리개는 순정으로 달려 나오지 않습니다. 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유용한 부품을 '멸종'시켜 버린 걸까요? 단순히 디자인 유행이 변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3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1: '풍절음'이라는 최악의 적

이것이 빗물가리개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공기역학의 방해물: 최신 자동차들은, 공기가 차체를 매끄럽게 스쳐 지나가도록 수많은 풍동 실험을 거쳐 설계됩니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 시의 안정감을 높이고, 실내를 조용하게 유지하죠.
소음 발생기: 하지만 문의 창틀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순간, 공기의 매끄러운 흐름은 방해받고 그 주변에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이 소용돌이가 바로, 고속 주행 시 운전자의 귀를 괴롭히는 **'풍절음(바람 소리)'**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제조사들은 실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개발하는데, 고작 몇만 원짜리 플라스틱 부품 하나가 이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셈입니다.
이유 2: '연비'를 갉아먹는 공기 저항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소음뿐만 아니라 **'공기 저항'**도 함께 증가시킵니다.
연비 저하: 공기 저항이 커지면, 차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많은 힘, 즉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합니다. 빗물가리개 하나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수 있지만, 0.1km/L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연비를 깎아 먹는 이 '돌출물'을 순정으로 달고 나올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유 3: '안전 시야'를 방해하는 숨겨진 위험
두꺼워지는 A필러: 운전석과 앞유리 사이의 기둥을 'A필러'라고 합니다. 이 A필러는 원래부터 운전자의 좌회전 시야를 가리는 '사각지대'의 주범입니다.
사각지대 확대: 그런데 여기에 폭이 넓은 짙은 색의 빗물가리개까지 더해지면, 이 A필러가 더욱 두꺼워지는 효과를 낳습니다. 결국, 좌회전 시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보행자나 자전거를 보지 못하는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더욱 키울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 올 때 환기는 어떻게?

과거 빗물가리개의 가장 큰 존재 이유였던 '빗속 환기'. 요즘 차들은 자동차 '공조 장치'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에어컨의 강력한 '제습' 기능을 활용하여, 창문을 닫고도 앞 유리의 김 서림을 순식간에 제거하고,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신차에서 빗물가리개를 볼 수 없는 이유를 아셨을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디자인의 유행이 변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더 조용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안전한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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