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 손성빈이 "공이 너무 좋다. 다른 팀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이 말도 안되게 좋다는 얘기를 한다"고 귀띔할 만큼 비슬리의 구위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시즌 성적표는 9경기 47⅓이닝 4승2패 ERA 3.99, WHIP 1.48로 기대보다 아쉬운 숫자가 나오고 있다.
같은 경로로 KBO에 온 코디 폰세가 지난해 트리플크라운에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한 것과 비교하면 더 눈에 띈다. 구위는 폰세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성적은 따라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수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비슬리의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는 2.68로 리그 1위 수준이다. FIP는 투수가 실제로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인 삼진, 볼넷, 홈런만으로 평가하는 지표인데, 이 숫자가 2점대라는 건 비슬리 자체의 투구 능력은 리그 최상급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그 투구가 점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무려 0.402에 달한다.

안타가 되지 않아야 할 타구들이 안타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고, 그 배경에는 수비진의 실책과 불안한 내야 수비가 있다. 시즌 초반부터 실책으로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19일 한화전에서도 이도윤의 내야안타가 나온 장면에서 정상적인 수비라면 잡혔을 타구가 안타로 이어지며 실점이 이어졌다.
불운이 쌓이니 더 강하게 던지려다 무너진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비슬리 스스로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다. 불운한 인플레이 타구를 줄이기 위해 더 강하게 던지려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 여파로 손톱이 깨지는 부상까지 이어졌다.

13일 NC전에서 11개의 피안타를 맞은 것도, 19일 한화전에서 스위퍼와 패스트볼 제구가 흔들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태형 감독은 "한 번 볼이 나오면 차분하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막 들어가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하며 "차분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9이닝당 탈삼진 10개 넘는 투수가 이 성적이라는 게 이상하다

시즌 탈삼진이 이닝 수보다 많은 56개, 9이닝당 탈삼진은 10.65개다. 볼넷은 9이닝당 2.85개로 제구가 나쁜 편도 아니다. 이 지표들을 보면 비슬리가 못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수비가 받쳐주고 손톱 부상 없이 온전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롯데 입장에서도, 비슬리 입장에서도 지금의 ERA 3.99가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운이 돌아오는 시점이 언제냐가 지금 비슬리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