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협상 여전히 난항…‘해협 열고 핵 논의는 추가 휴전기간에’

이규화 2026. 5. 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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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 해협과 핵 논의에서 여전히 갈등
美 “해협 무조건 열자” 이란 “통제 인쟁해야”
트럼프 “이란 반대급부 지나치다” 판단한 듯
美 압박 유지, 헤그세스 “공격 재개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양측이 당장의 핵 문제 타결보다는 해협 개방과 휴전 연장에 우선 집중하고 있으며, 핵 문제는 추가 휴전기간 동안 별도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이 잠정 합의했던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합의안에 만족하지 않고 일부 조건을 강화한 수정안을 이란 측에 다시 전달했다. 양국이 사실상 최종 승인 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막판에 제동을 건 셈이다.

NYT는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동결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 문제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해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이란 핵합의(JCPOA)를 “미국의 일방적 양보”라고 비판하며 2018년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지나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종전 MOU 초안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현재의 휴전을 60일 추가 연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셋째는 연장된 휴전 기간 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비핵화 문제를 별도 협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양측이 가장 시급한 현안인 해협 정상화에 협상을 집중하고 있으며, 핵 문제는 일단 충돌을 중단한 뒤 추가 휴전기간에 논의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국제 해상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처럼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전쟁 과정에서 사실상 해협 통제권을 확보한 것을 전략적 자산으로 판단하고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란은 최근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해 선박 당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에 이르는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우호국 선박에 대해서는 별도 협의를 통해 통과를 허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해협 이용 권한을 이란이 직접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페르시아만 내부에 머물던 외국 국적 유조선 일부가 이란과 협의를 거쳐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페르시아만해협청과 관련 기관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미국인은 통행료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목적으로 이란과 별도 합의를 맺을 수 없도록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종전 합의의 핵심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황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기존 합의안을 거부하고 더욱 강경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 측은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며 최종 합의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약화를 들며 책임을 미국 쪽에 돌리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 자체를 포기할 의사는 없지만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신경전이 한층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 수위도 낮추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료 없는 해협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대이란 해상봉쇄 체제는 유지되고 있고 필요하다면 군사 개입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는 이른바 ‘최대 압박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휴전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양측 간 제한적 군사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항행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했고, 이란 공격용 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5일에도 미군은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이란 남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자위권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협상장 밖에서는 여전히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재 협상의 핵심은 ‘해협은 먼저 열고 핵 문제는 나중에 논의한다’는 구상에 양측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새로운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미국은 국제 항행의 자유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전 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지만, 최종 서명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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