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m 넘는 신차, 2.5m 폭 칸에 ‘끼워 넣기’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일반 승용차 주차구획을 폭 2.5m 이상, 길이 5.0m 이상으로 규정한다.
이 기준만 맞추면 법적으로 문제 없기 때문에, 많은 공영·아파트 주차장이 최소 규격에 맞춰 설계돼 있다.
하지만 현대 팰리세이드(전장 5,060mm, 전폭 1,980mm), 기아 카니발(전장 5,115mm, 전폭 1,985mm), 쏘렌토(전장 4,810mm, 전폭 1,900mm) 같은 차들이 늘어나면서, ‘법적 최소 칸’에 겨우 끼워 넣는 수준이 됐다.
차는 커지는데, 칸은 30년 전 기준에 묶여 있다
우리나라 주차 규격은 과거 2.3m×5.0m에서 현재 2.5m×5.0m로 최소 기준이 소폭 넓어졌지만, 미국·유럽 일부 국가의 권장 폭 2.7m 이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좁다는 평가다.
반면 국산 SUV·MPV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길이·폭이 조금씩 커져, 팰리세이드·카니발처럼 ‘한 칸을 거의 꽉 채우는’ 차들이 보편화되고 있다.
결국 규격은 옛 기준에 묶여 있는데, 실제 차량은 1~2급 사이즈가 한 단계씩 올라가 버린 셈이다.

여유 공간이 사라지면, 문콕은 필연
전폭 1.95~1.98m급 차량이 폭 2.5m 칸에 주차하면, 양쪽 합산 여유 공간은 50cm 안팎에 불과하다.
좌우로 정확히 중앙에 세운다 해도, 한쪽 문을 충분히 열 수 있는 공간은 20cm대에 그쳐 어른이 타고 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문을 살짝만 더 열어도 옆 차를 찍는 ‘문콕’ 사고가 늘 수밖에 없고, 차체 보호를 위해 일부 차주는 아예 두 칸을 걸쳐 세우거나 끝자리를 찾게 되면서 주차난이 더 심해진다.

주차칸 넓히면 수용 대수 줄어드는 ‘딜레마’
폭 2.5m 기준을 2.6~2.7m로 넓히면, 대형차·패밀리카 입장에선 여유가 생기지만, 같은 면적에 들어가는 주차칸 수는 10~20%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도심은 주차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골목길 주정차와 불법 주차가 상시화된 상태다.
서울시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해마다 수백억 원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칸을 넓히자니 자리가 줄고, 그대로 두자니 사고와 민원이 폭증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법 개정이냐, 차량 규제냐” 두 갈래 논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차장법을 손봐 신축 건물·공영주차장부터 폭 2.6m 이상 ‘넓은 칸’을 확대하자는 주장과
일정 크기 이상 승용차에는 추가 세금·도심 진입 규제를 둬 ‘대형차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
이 동시에 제기된다.
다만 후자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이 불가피해, 당장은 주차장 규격 상향과 대형차 전용구역 확대 같은 ‘부분적인 처방’이 먼저 논의되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는 ‘차량 크기 인플레’ 잡을 정책 필요
주차난과 문콕 문제는 단순한 매너 문제를 넘어, 도시 공간·교통정책 전반과 연결된 구조적 이슈다.
차량 크기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주차장뿐 아니라 골목길 소방차 통행, 아파트 단지 내 회전 공간 부족 등 안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결국 “전국 주차장을 모두 엎어야 한다”는 극단적 하소연이 나오지 않도록, 차량 규격·주차 규격·도심 교통 정책을 함께 조정하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