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이젠 NPU 시대…K추론으로 엔비디아 독점 깰 것”[서울포럼 2026]
IBM 제친 인텔, 무기는 오픈소스
AI 추론시장 2030년 4750억달러
리벨리온 NPU 가격효율 5~7배 ↑
삼성전자·SK하닉 등과 자본동맹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K엔비디아’ 육성을 주도하는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6’ 특별 강연에서 강조한 것은 개방형 ‘오픈소스’의 파괴력이다. 미국 엔비디아가 쿠다(CUDA)라는 독점적 소프트웨어로 AI 학습(Training) 시장과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대중 서비스 단계에서 필수적인 ‘추론(Inference)’ 시장에서는 개방형 생태계를 무기로 한국 기업이 역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과거 인텔이 컴퓨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IBM을 무너뜨린 핵심 무기는 반도체 그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개방형 생태계였다”며 “현재 AI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독점 기술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오픈소스로 뭉치며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에 기회가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리벨리온은 AI 추론 최적화 NPU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이다. AI 반도체 주도권이 엔비디아가 이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NPU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박 대표는 “AI 학습이 한 달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며 거대한 기초(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자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의 ‘몸 만들기’라면, 추론은 완성된 모델을 실제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영역”이라며 “과거 전문가들만 쓰던 AI를 부모님 세대까지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반도체 시장이 추론 영역에서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추론 시장 규모는 2024년 390억 달러(약 58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4750억 달러(약 715조 9000억 원) 이상으로 6년 새 12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론형 반도체만으로도 2023년 기준 D램(1120억 달러·약 169조 원), 중앙처리장치(CPU·970억 달러·약 146조 원), 낸드플래시(720억 달러·약 109조 원) 등 전통적인 ‘반도체 3대장’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추론형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인 ‘전력’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11GW(기가와트)에서 2030년 327GW로 30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이제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부지 면적이나 컴퓨터 사양이 아니라 ‘1GW급이냐 4.3GW급이냐’ 등 전체 전력량을 기준으로 삼는 시대가 됐다”며 “토큰 하나를 생성할 때 전력을 얼마나 썼는지가 기업의 수익성을 가르는 가장 치명적인 지표”라고 분석했다.
리벨리온은 추론 시장 비용 및 전력 병목현상을 겨냥했다. 엔비디아가 범용성으로 AI 칩셋 시장을 장악했다면, 리벨리온은 오직 추론에 최적화한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운다. 실제 리벨리온 NPU는 성능평가(벤치마크)와 실사용 환경에서 타사 시스템 대비 5~7배 가격 효율을 자랑한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의 생태계가 지닌 범용성과 유연성을 존중하지만 리벨리온은 오직 추론 효율성에 집중했다”며 리벨리온이 지닌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력뿐 아니라 ‘자본 동맹’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리벨리온은 K엔비디아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동맹으로 끌어들였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이자 메모리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설계 분야에서는 ARM과 마벨, 패키징 및 조립 분야에서는 앰코와 페가트론 등이 전략적투자자(SI)로 리벨리온과 한 배를 탔다. 박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적과 동지가 수시로 바뀌지만 결국 돈이 섞인 곳이 진짜 우군이 된다”며 투자를 통한 생태계 구축의 의미를 강조했다.
상용화 성과도 구체화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 ‘에이닷 통화녹음 요약’ 구동을 전담하고 있고 KT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형 NPU(NPUaaS)도 구축했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손잡고 소버린 AI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박 대표는 끝으로 “추론 시장이 본격적인 수익화 궤도에 오르면 절대적 성능이 아닌 운영 효율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 이내에 엔비디아라는 거인과 당당히 맞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리벨리온의 목표이자 여정”이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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