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 “도시락 배달하면 배달앱이 30%를 가져가”

국내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인 한솥이 배달앱에 별도 가격을 책정한다고 안내한 공지. /한솥 홈페이지

국내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인 한솥이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배달앱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겠다는 공지를 내놨다.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이에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배달앱을 쓰지 않겠다”며 소비자들의 성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솥은 최근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배달앱에 전용 판매가를 별도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한솥은 “최근 배달 플랫폼이 무료배달 서비스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모든 비용을 가맹점에 부담시켜 배달 매출의 약 30%를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게 돼 가맹점 수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1일부터 배달앱 전용 판매가를 별도 운영하게 됐다”고 알렸다.

배달 앱에서 주문할 때 매장에 직접 주문할 때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셈이다. 일례로 한솥도시락 ‘치킨마요’는 매장에선 38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배달앱에서는 가격이 4600원으로 책정돼있다. ‘매화 도시락’은 매장과 배달앱에서 각각 1만500원, 1만1300원, ‘돈까스도련님’은 4900원, 5700원, ‘소불고기 철판볶음밥은 5100원, 5900원 등이다.

이 공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배달앱 삭제해야 겠다” “고생은 자영업자들이 하는데 항상 중개업체나 플랫폼만 배부르지” “예전에 전화로 직접 주문하던 시절이 그립다” “지역 배달앱이 업체들한테는 더 이득이라고 하더라” 등의 반응이었다. “수수료 오른다고 가격 올리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며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같은 메뉴를 배달로 주문할 때와 매장에서 주문할 때 가격이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한 매장. /뉴시스

이중가격제는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배달 앱에서의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 롯데리아 제품을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단품 메뉴는 매장 주문보다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각각 비싸다. KFC는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2년 만에 다시 도입했고, 맥도날드, 버거킹,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도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도 이를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배달앱 3사의 중개 수수료율은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는 9.7%다. 그러나 가맹점주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부가세(10%), 결제수수료(3%), 별도 배달비 등을 더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에서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받게 되면 중개수수료 1960원, 결제 수수료 600원, 부가세 546원, 별도 배달비 2900원 등 합계 6006원을 떼야하는데, 주문 금액, 즉 매출의 약 30%에 이른다.

높은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배달앱과 점주 간 갈등까지 번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월 배민배달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이에 대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27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점주에게 받는 수수료를 인상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 밝혔다.

당시 협회 측은 이중가격제에 대해 “점주가 비싼 배달 수수료를 부담하다 보니 이중가격제로 운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점주는 배달앱과 소비자의 약속에 따른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피해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