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잘 터질 줄 알았는데”…물류중개 진출했다 쓴맛 본 통신사들, 왜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2024. 10. 7.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2B 화물중개 서비스 부진
KT, 물류자회사 매각후 철수
LG유플은 1년째 시범서비스
티맵모빌리티도 적자 확대
“화주·차주 직접 연결해야”
통신사와 플랫폼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뛰어든 화물 운송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식 서비스 출시가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는가 하면, 일부 사업자는 진출 2년만에 철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출시한 화물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는 서비스 시작 후 만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식 출시없이 가운영 중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플리케이션(앱) 상에서 차주들이 받을 수 있는 주문 건수가 줄고, 이에 따라 매월 앱 이용자 수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4월 3626명이었던 화물잇고의 차주용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월 2782명으로 23% 감소했다. 지난해 출시 당시 LG유플러스는 ‘3년내 1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내걸고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물잇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개발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 가장 먼저 화물 운송 중개 시장에 진출했던 KT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KT는 2021년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설립한 뒤 2022년 화물 운송 플랫폼 ‘브로캐리’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4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도화한 ‘브로캐리 2.0’까지 선보였지만, 올해 3월 브로캐리 운영을 담당했던 롤랩을 물류 기업 팀프레시에 매각했다. 회사 관계자는 “롤랩 매각은 AICT(인공지능+통신기술) 기반의 솔루션·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자들 상황은 통신사들보다는 다소 낫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화물 중개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티맵화물’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 출시 이후 매출은 늘고 있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와이엘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022년 1360억원에서 지난해 155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비용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92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T 트럭커’를 선보인 카카오의 경우 올해 하반기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만5000명~2만명대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들이 뛰어든 영역은 기업간(B2B) 거래가 이뤄지는 ‘미들마일’ 시장이다. 미들마일이란 제조 공장과 물류센터, 물류센터와 물류센터 간 등을 연결하는 중간 배송 과정이다. 시장규모가 30조원이 넘는데다 여전히 운송장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디지털화가 더뎌 IT 대기업들이 향후 시장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진출했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명분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화주·차주 정보를 독점한 중개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단계’ 거래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이에 따라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최적 배차, 화물차에 특화된 내비게이션 등 자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진입을 노렸으나 ‘전국24시콜화물’ 등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아성을 넘지 못하면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개 물량 중 상당 부분을 기존 중개업자들에게 의존하는 등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주요 사업자들 모두 시장에 진입한지 3년이 되지 않은 만큼 향후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플랫폼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초기 시장인만큼 파이를 키우고 이해관계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