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쩌지" 둔촌주공에 충격 받은 분양 단지들 발동동
[땅집고]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표를 받으면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둔촌주공은 1순위 청약에 1만3000여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3.7대1을 기록했다. ‘10만 청약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상은 기대치에 훨씬 못미쳤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성적은 향후 분양시장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흥행 참패로 확인되면서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분양 앞둔 단지들 ‘충격’…청약 시기 조율 중
현재 서울에서 일반분양을 앞둔 단지로는 동대문구 이문 1구역(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 ·3구역(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 성동구 행당7구역(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958가구), 서대문구 홍은13구역(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827가구) 등이 있다. 이들 단지는 올해 상반기부터 일반분양을 고민했지만, 시장 상황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시기를 조율해 왔다.
이문뉴타운 대장 단지로 꼽히는 이문1구역은 올해 연말 일반분양에 돌입하려다, 두 달 전 내년 3월로 분양 시점을 변경했다. 정금식 이문1구역 조합장은 “인근 지역 사례를 보니 분양가 등에 대해 좀 더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합에 따르면 이 단지 일반 분양가는 3.3㎡ 당 2800만원선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용면적84㎡ 기준 분양가는 9억원대로 12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정 조합장은 “평당 3000만원 정도를 받으면 좋지만, 시장이 침체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 도급 순위 1위인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수주한 이문1구역은 총 3069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지하 5층~지상 27층 규모로 총 39개동이 지어지며 1호선 외대앞역·신이문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착공했고,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조합은 특화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단지 내 수영장 추가를 논의 중이다.
행당7구역도 분양 시점을 두고 고민이 깊다. 일각에서는 연말 분양 가능성을 점쳤으나, 행당7구역 관계자는 “분양가 심의를 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일축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 등을 산정해 성동구청 분양가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 단지는 지하 3층~35층, 총 7개 동으로 구성된다. 2025년 3월 입주를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왕십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서울숲, 중랑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차기 왕십리 대장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홍은13구역은 지난 10월 기관추천 특별공급 공고문이 올라오면서 연내 일반분양 기대감을 키웠다. 일반분양 물량은 총 827세대 중 409세대다.
■조합·시공사, ‘진입장벽’ 낮추기 모색
이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단지다. 그러나 최근 땅값이 급등하면서 분양가를 통제받더라도, 평균 분양가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수 있다. 이들 단지가 고민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다 금리는 치솟고 집값이 하락세여서, 분양가가 높게 산정될 경우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청약 실패는 고분양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3829만원으로 책정됐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가격이 중도금 대출 제한선인 12억원을 넘으면서 저조한 청약 성적으로 귀결됐다는 평가다.
반면 일반분양 중인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특별공급 경쟁률은 5.2대 1을 기록, 둔촌주공 특별공급 경쟁률(3.3대 1)보다 높았다. 이 단지 평균 분양가는 2800만원 선이다.
업계에서는 장위4구역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데다 계약금 10%, 중도금 50% 전액 이자후불제 등 나름의 묘책을 꺼내들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은 자칫 조합과 시공사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반분양자의 계약금을 확보해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분양이 미뤄질수록 곳간이 비기 때문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공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부담을 지더라도, 일반 청약자를 끌어 모으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며 “미분양이 난 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보다 일찍이 수요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전국으로 번지는 미분양 공포
시공사들이 이처럼 일반청약자 모시기에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이유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미분양 여파가 핵심지인 수성구까지 번졌다. 수성구는 범어동을 중심으로 전통 학군지가 형성돼있어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올해 7월부터 대구에서 분양된 16개 단지 중 15개 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입주자를 다 찾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북 지역의 영주 아이파크·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구미 해모로 리버시티 , 충남 지역의 트루엘 시그니처 천안역, 아산자이 그랜드파크, 논산 아이파크 등도 일반 분양 청약에서 미달 사태가 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이 위축된 만큼, 수요자를 유인할 방안이 제공돼야 한다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낮은 분양률로 공사비가 충당되지 않고, 계약 해지 등 이탈자가 나온다면 사업 진행에 있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계약금을 단돈 500만원만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역시 시장에서 수요자를 이끌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