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이커머스 기획통' 안정은 11번가 대표, 매각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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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의 IPO가 사실상 무산되고 기업 매각론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이커머스 '전략·기획통' 안정은 11번가 대표(CEO)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11번가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 입장에선 회사를 매각하기 전 차별화된 신규 서비스 론칭과 이로 인한 수익성 및 브랜드 가치 제고로 '몸값'을 올리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CEO 자리에 오른 안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안 대표는 성공적인 매각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이커머스 전략·기획통, 11번가 구원투수 되나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안 대표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통한 브랜드 가치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1번가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IPO(기업 공개) 대신 기업 매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2018년 2조7000억원에 달하던 기업 가치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한 관계자는 "SK스퀘어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기획통’ 안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쌓은 안 대표의 능력이 이번 매각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생인 안 대표는 동덕여대에서 가정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2003년 네이버 서비스기획 팀장, 2011년 쿠팡 PO(프로덕트 오너) 실장, 2016년 LF e-서비스 기획본부장을 역임하며 이커머스 서비스 전략·기획 전문가로 성장했다. 11번가에는 2018년 법인 출범 시기에 합류해 서비스 총괄 기획 및 운영을 담당했다. 지난해 4월 최고운영책임(COO)을 맡은 이후 8개월 만에 신임 대표로 내정되며 초고속 승진했다.
11번가에 합류한 이후 안 대표의 활약은 돋보였다.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 지난해 글로벌 공룡 아마존과 손잡고 론칭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등 11번가의 시그니처 서비스 대부분이 안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커머스 대표 '기획통'다운 행보였다.
지난해 말 11번가가 기존 하형일 단일 대표 체제에서 안 대표를 포함한 투톱 체제로 급하게 전환한 것도 IPO 대신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11번가(SK스퀘어)에게 안 대표의 신규 서비스 기획 역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 역시 올초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를 11번가 반등을 이뤄내는 원년으로 삼고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버티컬 & 직매입, 투트랙으로 노리는 외형 성장
실제로 안 대표는 이커머스의 핵심 덕목인 상품과 배송, 두 가지에 전력투구했다. 이는 각각 ‘버티컬’ 서비스 도입과 ‘직매입’ 배송 방식 강화로 이어졌다. 올 초부터 특정 카테고리 상품군을 전문으로 하는 버티컬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으며 지난 2월엔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인 ‘신선밥상’을 시작했다. 또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 4월 중고제품·리퍼 전문관 ‘리퍼블리’도 론칭하며 신규 고객을 끌어모았다.
이와 더불어 직매입 기반의 ‘슈팅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경험을 챙겼다. ‘슈팅배송’은 11번가가 직매입한 상품을 택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익일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안 대표가 COO 시절 기획한 것으로, 상품 거래액이 모두 11번가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업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어서 안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슈팅배송 알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 대표의 ‘버티컬’, 직매입’ 투트랙 전략은 상반기 11번가의 수익 개선을 이끌며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커머스 사업(11번가) 매출은 413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17억원) 대비 46.7%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509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80억원에서 271억원 이상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안 대표가 제시한 ‘2025년 흑자전환’ 달성은 무난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 시장점유율... 11번가 만의 차별화 포인트 부재
다만 시장점유율과 차별화된 서비스의 부재가 성공적인 매각 시나리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매각 시 시장점유율은 주요 가치 산정 기준이 되지만 현재 11번가는 큐텐 연합군에 밀려 업계 5위(6%)에 머무르는 상태로, 점유율 탈환이 시급하다.
11번가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부족하다. 안 대표가 수익성 제고라는 특명을 안고 외형 성장에 혈안이지만, 정작 11번가 만의 정체성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는 “11번가의 신규 서비스들은 후발주자”라고 꼬집으며 “이미 타 서비스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픈서베이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안 대표가 버티컬 서비스 ‘신선밥상’으로 진출한 관련 식료품 시장의 경우 이미 쿠팡(32.7%)과 컬리(8.4%)가 점유율 1, 2위를 선점한 상황이다. 명품 분야에선 온앤더럭셔리·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의 전용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직매입 상품을 기반으로 한 '슈팅배송' 역시 쿠팡의 '로켓배송'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시장 침투율은 미미하다.
한 관계자는 “뚜렷한 정체성을 갖춘 서비스와 시장 점유율 개선이 없다면 11번가는 매각 시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