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이네 좌충우돌 이탈리아 여행기

서울문화사 2024. 10. 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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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네의 좌충우돌 이탈리아 여행기.

이번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또다시 느낀 점은 역시 경험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통비를 아끼는 취지로 숙소를 관광지의 중심부에 잡아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닐 계획을 세웠다. 첫 도시가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섬의 거의 중앙에 숙소를 잡은 우리는 일단 기차역에 내려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나 우버를 잡아야 했다. 시간이나 상황을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대중교통 수단은 나오지만 택시 이용 추천은 뜨지 않았다. 택시도 없었다. 자세히 보니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간이 엇비슷했다. 우리는 걸어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캐리어가 꽤 무거웠던 터라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의 도로 상황이 괜찮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우리 가족은 호기롭게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분명히 35분이 걸린다고 한 구글맵과는 다르게 우리는 1시간 30분가량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아무리 도로 사정이 좋다 해도 계단과 돌길을 만만하게 본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안이가 힘들다고 투덜거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주안이는 늠름했다. 계단이 나올 때마다 아빠 혼자 무거운 캐리어 3개를 들고 오르내리느라 고생한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씩이나 하는지, 고맙다가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안이가 아빠한테 왜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분명 자신도 덥고 힘들 텐데 아빠,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여행의 첫 시작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전해졌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괜히 내 잘못 같아서 순간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힘들게 도착한 호텔은 다행히 우리가 고생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너무나 좋았다.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던 이탈리아의 더위부터 여러 예상치 못한 이변까지 우리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앞에서 우리 가족은 지치고 무너졌다. 호기롭게 준비해간 예쁜 옷보다는 가장 편한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만 입게 됐고, 가장 편한 샌들만 신게 됐다. 음료 안의 얼음은 뒤돌아서면 녹아버렸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손 선풍기도 소용없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불긋한 얼굴로 “우와, 진짜 뜨겁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주안이는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어리광을 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주안이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왠지 청소년기가 오기 전 아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일 것 같지 않아?”라며 아내와 농담을 주고받긴 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가족 여행을 다녔던 나의 이야기를 주안이에게 들려주면서 우리의 다음 여행을 그리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손준호 | 사진 : 손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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