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ISA 개편' 재검토 지시.. '만기·이월 폐지' 논란 확산

손유지 2026. 8. 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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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하인드]
이 대통령, 투자자 반발에 개편안 수정 가능성…정책 신뢰 흔들
국내 투자 비과세 확대에도 선택권 축소 우려 커져
여야 엇갈린 반응…시장 예측 가능성 확보가 새 과제로
[지데일리] 강하게 달아오르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정부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이 발표 나흘 만에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 활성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내세운 정책이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책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 법안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반발을 보고받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재정경제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정부가 마련한 금융·세제 정책의 방향이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 빠르게 조정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향후 세제 정책의 추진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논란의 핵심은 ISA 제도 개편이다. 기존 ISA는 가입 후 3년의 의무가입 기간을 채우면 만기를 무제한 연장할 수 있었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이며, 납입하지 않은 금액은 이후 연도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해 장기적인 자산관리와 절세를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서는 만기를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미납입분의 이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국내 투자 전용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계좌에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과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참여를 확대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해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깔려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기존 ISA 가입자 입장에서는 만기 제한과 납입한도 이월 폐지가 장기간에 걸친 절세 전략을 세우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소득과 자산 여건에 따라 매년 2000만원을 꾸준히 납입하기 어려운 투자자에게 이월 제도는 활용 가치가 큰 장치였다. 국내 투자 전용 ISA의 비과세 혜택이 강화되더라도 투자 대상이 제한되면 개인의 자산배분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환영하며 시장과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된 정책이라며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커질수록 세제개편의 본래 취지보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자본시장 정책에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국내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가입 당시 기대했던 혜택이나 장기 투자 전략이 정책 변화로 흔들린다면 새로운 제도가 나와도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

정책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사이의 형평성, 장기 투자자에 대한 보호, 국내 투자 활성화라는 목표를 함께 따져야 한다. 특히 ISA를 국내 증시 부양 수단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계의 장기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번 재검토를 계기로 시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투자자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수정에 그친다면 정책 신뢰 회복은 쉽지 않다. 반대로 장기 투자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목표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한다면 이번 논란은 금융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건 더 큰 혜택만이 아니라 오래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