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면을 보라. 명탐정 코난이 범죄조직의 테러로 아이 모습이 된 뒤 여자친구의 아빠, 그러니까 예비 장인어른 격인 유명한 탐정에게 마취총을 쏘는데 수도 없이 쓰러지는 유명한 탐정의 뒤편에서 코난은 오늘도 음성변조로 추리를 펼친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스핀오프작 <범인 한자와씨>에도 유명한 탐정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선 유 탐정에게 마취약 내성이 생기자 브라운 박사가 다른 이에게 생체실험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유튜브 댓글로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유명한 탐정처럼 마취총을 많이 맞아도 건강이 괜찮을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게 만약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유명한 탐정은 이미 죽었거나,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 이미 약물중독 상태로 그것도 목 피부나 신경이 괴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마취총을 사용하는 동물구조팀과 현직 수의사, 간호사, 의사 등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다. 그럼에도 유명한 탐정은 어찌된 일인지 코난이 사건을 해결한 뒤에는 기적같은 회복력으로 깨어나곤 했기 때문에 때로는 ‘유명한 초인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코난이 평소 쓰는 건 손목시계 형태의 마취총. 이걸로 유명한 탐정의 뒷목을 노려서 10초 안에 재빨리 마취시키는 게 코난의 수법이다. 일단 손목시계 마취총 자체는 비현실적이니 ‘만화적 허용’이라고 치더라도, 일반적인 용법이라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마취총으로 잠들게 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한다.

마취총은 일반적으로 유기·야생동물을 포획할 때 사용되는데 입으로 쏘는 ‘블로우건(Blowgun)’ 형태가 가장 많이 쓰인다. 이번에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도 블로우건을 7발이나 맞고 쓰러졌다.

이 총을 쓴다는 지자체 유기동물구조팀 담당자의 설명은 이렇다.
서귀포시 유기동물구조팀 관계자
“(마취총을 맞은 동물은) 맞고도 좀 돌아다니거든요. 개(유기동물)가 바로 이렇게 포획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한 20분 정도 저희가 이렇게 추적을 해서 이렇게 좀 안정이 돼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포획을 하는...”

완전히 마취되는 시간이 20분 넘게 걸린다는 건데 이건 마취총 자체가 혈관이 아닌, 근육에 주사를 놓는 ‘근육주사’라서 효과가 서서히 퍼지기 때문이다. 근육주사를 만화처럼 목에 맞추는 일도 드물지만, 그렇다 해서 효과가 더 빠른 것도 아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용량을 늘린다면 근육주사도 마취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는데 10초 안에 정신을 잃게 만들려면 어떤 약을 썼든 자칫 심정지가 올만큼 위험한 양일 것이라는 게 현직 수의사의 설명.

현직 수의사
“맞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자체는 비현실적이죠. 맞자마자 잠든 수준이면 굉장히 고용량을 썼다는 얘기인데요. 무조건 죽는다고 하진 않더라도, 그 정도 양이면 심정지나 호흡정지가 오기 쉬운 용량이죠.”

코난이 목 부위 혈관을 노려 마취총을 쐈다면 다를 수 있다는 반론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목 부위 정맥주사는 응급현장서도 최후 수단으로만 고려되는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난 정도의 능력자라고 해도 조준된 바늘이 목의 신경이나 피부를 괴사시킬 위험은 충분하다. 목 자체가 신경이 몰려 극히 조심해야 하는 부위이기 때문.

‘정맥주사’ 마취제로는 요즘 사람과 동물을 막론하고 ‘프로포폴’이 널리 쓰인다. 내시경검사 때 많이 쓰는 마취제인데 마취 강도를 조절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이 마취제를 유 탐정만큼 자주 맞은 인물이 유명인 중에도 있다. 요즘 뉴스에서 볼 일 많은 배우 유아인이다.

팬들이 작성한 통계를 보면 유명한 탐정은 작품 설정상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애니메이션기준으로 100회가 넘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마취총에 당했다. 사나흘에 한번꼴로 맞은 셈인데 유아인은 2021년 한해 프로포폴을 73회 투여해 닷새에 1번 꼴로 맞은걸로 알려져있다.
권태동 건보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중독 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맞는 걸로 (보고) 돼 있거든요”

일단 유아인이든 유명한 탐정이든 모두 중독에 가까운 횟수라는 얘기. 일반 수면내시경 때 쓰는 프로포폴 용량은 100~200㎎ 정도인데 중독으로 분류되는 경우엔 적게는 400㎎에서 많게는 2000㎎을 맞아야 할 정도로 내성이 강해진다고 한다. 이런 과다 투여는 자칫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권태동 건보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제일 먼저 호흡곤란, 저혈압 두 가지인데 아마 가장 큰 원인은 호흡곤란으로서 이게 (사망) 드러난 것만도 꽤 되지만, 안 드러난 것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정리하면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고려해도 인간 유명한의 건강은 시도때도 없이 마취총을 쏴대는 코난에 의해 멀쩡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결론. 쉴새없이 현장을 뛰어다닌 유명한 탐정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코난의 명추리도 없었을텐데, 코난도 이제 미래 장인어른께 마취총은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