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잊혔는데… 해외에선 인기 폭발한 추억의 간식

조회 57,1932025. 4. 12.
해외 교포들도 수소문해서 찾는다는 '옛날 바나나 빵'
옛날 바나나 빵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요즘 식품업계에도 뉴트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낯설지만 익숙한 것, 새롭지만 오래된 것이 지금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중심에 ‘옛날 바나나 빵’이 있다.

바나나를 닮은 모양의 작고 부드러운 이 빵은, 1970년대부터 전국의 문방구나 시장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간식이었다. 지금은 단 한 곳, 부산의 한일식품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이 빵은 원래 바나나 향료만 넣은 반죽으로 만들었지만, 2000년대 들어 바나나칩을 갈아 넣으며 진짜 바나나 맛에 가까워졌다.

작고 납작한 반죽을 구운 뒤 설탕 시럽을 바르고 다시 설탕 가루를 묻히는 과정을 거친다. 설탕 범벅인 만큼 단맛이 강하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 덕분에 커피나 우유와 찰떡궁합이다.

최근엔 옛날 간식 열풍을 타고 다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하루 수천 개 생산…여름에도 250도 오븐 앞에서 하루도 쉴 틈 없다

옛날 바나나 빵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한일식품의 하루 생산량은 수천 개에 이른다. 하지만 공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수작업이다. 밀가루와 설탕, 계란, 마가린, 바나나칩을 섞은 반죽은 기계로는 만들 수 없다.

날마다 다른 습도에 따라 수분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련된 작업자의 감각만이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여름철엔 작업이 더욱 고되다.

반죽을 짜 넣은 철판은 250도의 고온으로 달궈진다. 고무장갑은 철판에 들러붙고, 맨손으로 작업하다 보면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업자들은 멈추지 않는다.

40~50년간 이 빵 하나만 만들어온 장인들은, 이 일이 곧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한다. 방부제를 쓰지 않아 유통기한은 짧지만, 그만큼 더 자주 굽고 신선하게 유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옛날 꽈배기 빵도 함께…손맛 없인 못 만든다

옛날 바나나 빵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옛날 바나나 빵이 만들어지는 공장 옆에선 ‘옛날 꽈배기 빵’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인 튀김 꽈배기와 달리, 이 빵은 밀가루 반죽을 가늘게 뽑아 세 가닥을 손으로 꼬아 만든다.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손맛이다. 고온의 튀김솥 앞에서 작업자들은 하루 종일 반죽을 돌리고 기름을 섞으며 일정한 색과 식감을 맞춘다.

반죽 상태가 조금만 달라도 튀김은 쉽게 부서진다. 기름 온도가 높아지면 타버리고, 낮으면 눅눅해진다.

완성된 꽈배기는 바삭하고 고소하며 설탕은 거의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이 과자 역시 단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우유나 두유와 궁합이 좋다.

추억을 담아 해외로…이젠 세계인의 간식

옛날 바나나 빵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옛날 바나나 빵'은 단지 복고풍의 감성만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십 년간 이어온 손맛과 작업자들의 정성이 함께 녹아 있다.

한 봉지의 빵에는 단순한 간식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힘들던 시절의 위안,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정겨운 맛’이다.

그 덕에 이 빵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 LA로 향하는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지에 사는 교포들은 어릴 적 맛을 잊지 못해 수소문 끝에 바나나 빵 파는곳을 찾는다.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만나는 이 소박한 빵 하나에 담긴 것은 결국, 시간과 추억이다.

수많은 간식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옛날 바나나 빵이 다시 사랑받는 건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간식이 넘쳐나는 지금, 이 오래된 과자가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단 하나. 맛과 추억, 그 둘을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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