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상이 이 정도였어?”…투자·개발·생산까지 GM과 전방위 파격 협력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9. 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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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기아 양재 본사. [현대차그룹]
세계 3위 현대차그룹과 전통의 자동차 강자 GM이 전격 협력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사가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서 단순 기술 교류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협력 사례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기업에 대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고, 최근 발표된 일본 도요타와 독일 BMW간 수소차 동맹에 정면으로 맞설 한미 동맹의 모범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12일 현대차그룹이 GM과 협력한다고 발표한 주요 내용은 승용·상용 내연차,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 공동 개발·생산과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 통합 조달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완성차 사업에 가장 핵심적인 공급망 관리(SCM)와 자동차 생산에서 두 거물급 기업이 손을 잡은 점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주요 완성차 그룹간 공급망과 생산 설비를 공유하는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업계에서 공급망 관리 중요성은 크게 부각됐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는 단 하나의 부품이 없어도 생산 설비를 멈춰야 한다. 생산 설비를 세우는 건 막대한 손실을 동반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은 완성차 기업들이 부품 조달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GM을 추월했던 것도 코로나19 공급난 때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GM 간 연합으로 이들 기업은 더욱 안정적인 부품·원자재 공급망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차량용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의 경우 공동 구매를 추진할 때 협상력이 높아지고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핵심 부품에 대한 내재화와 공동 연구 개발에 나설 경우 경쟁 우위를 높일 수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투자에서도 양사가 협력하면 상용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나 수소차는 아직까지 판매대수가 충분치 않은 만큼 양사가 손을 잡으면 부품 조달비용을 낮추고 기술 개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생산 추진도 완성차 기업 간 파격적인 협력의 모습 중 하나다. GM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세계 시장에 분포된 여러 생산 기지를 유동적으로 교차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 브랜드의 신차 출시 현황과 사업 상황에 맞춰 서로의 차량을 교차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유휴 생산 시설을 돌려 기회비용을 낮추고 생산 기술을 공유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보다 긴 역사를 가진 GM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상용차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기업인 만큼 미국 본토에서 남다른 유통망과 딜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오른쪽)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 (GM) 회장이 미국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관리에 강한 경쟁력을 보유했고, 뛰어난 수소·하이브리드 기술을 갖췄다. GM은 군용 수소차를 개발 중이고 현대차는 상용차와 넥쏘 등 중형 수소차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서로의 장점을 살려 수소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번 ‘완성차 한미동맹’이 전기차 중국 굴기를 견제할 강력한 방어선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BYD가 테슬라를 꺾고 세계 전기차 1위를 차지하는 등 매해 판매량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만큼 자칫하면 중국기업에 전동화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도요타와 BMW간 수소 협력도 외면할 수 없다.

자율주행 분야도 두 그룹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GM은 자회사 크루즈에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며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포티투닷과 모셔널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모셔널은 GM의 부품 계열사인 델파이라는 기술회사가 전신이다.

자율주행에 핵심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공유하고 기술 협력에 나설 경우 경쟁사 보다 앞선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와 GM간 업무 협력은 과거와 달라진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글로벌 3위 완성차 기업으로서 전통의 자동차 명가인 GM과 동등한 입지에서 협력 파트너로 활동할 만큼 입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제적으로 나서 경쟁사인 GM과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한번 ‘정의선 리더십’이 빛을 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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