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만만하지 않다” 노시환 인생에 이런 적 있었나… 폭락한 이 지표 그냥 볼 수 없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경문 한화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타순에 손을 봤다. 팀 부동의 4번 타자인 노시환을 6번으로 내렸다. 개막 후 리드오프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었던 오재원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오재원은 큰 기대를 받고 있기는 했지만 고졸 신인으로 팀 내 입지가 아주 단단한 선수는 아니었다. 모두가 고비는 있을 것으로 봤고,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그 고비가 생각보다 늦게 왔다고 진단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노시환은 달랐다. 팀 간판 타자이자 4번 타자로 김 감독은 물론 구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선수였다. 울림이 남달랐다.
김 감독은 다른 감독과 마찬가지로 고정 타순을 선호한다. 하지만 노시환의 부진이 계속되고 4번 타순에서 흐름이 끊기는 일이 잦자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은 “안 바꾸는 게 좋은데 한번은 좀 바꿔야겠더라. 기분 전환도 조금 하고”라면서 “나도 감독을 운 좋게 오래 하고 있지만 야구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 리그 20대 초·중반 타자 중에서는 괄목할 만한 장타력을 선보이며 비교적 승승장구했던 노시환이다. 대표팀 경력도 많이 쌓였고, 올해 연봉이 10억 원인 타자이며, 내년부터 11년 동안 발동되는 307억 원 초장기·초대형 계약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경력이 꼭 미래의 성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야구가 꼬일 때도 있고,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야구가 만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화는 2번 요나단 페라자, 3번 문현빈의 타격감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실제 페라자의 올 시즌 출루율은 0.476, 문현빈은 0.508에 이른다. 절정이다. 두 번 타석에 들어서면 한 번은 출루하니, 4번 노시환 앞에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주자가 깔려 있었다. 실제 노시환은 올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33타석에 들어섰는데 이는 전체 타석 대비 53.2%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0.074에 머물렀다. 올해 홈런은 하나도 없다.
그러자 4번보다는 부담이 조금 덜한 6번으로 내려 타격감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6번에서도 무안타 침묵이 길어졌다. 11일에는 희생번트 지시가 나오기도 했다. 노시환 경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11일과 12일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고, 더 보다 못한 한화도 결단을 내렸다. 노시환을 2군에 내리기로 했다. 노시환 경력에서 시즌 초반부터 이런 부진에 이은 2군 강등은 없었고, 김경문 감독 부임 이래 첫 부진으로 인한 2군행 지시이기도 했다.
한화는 13일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노시환은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145, 0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394, 득점권 타율 0.095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지난 주 5경기에서는 단 1안타, 주말 3연전에서는 11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반대로 올해 삼진을 21개나 당했다. 콘택트도 안 되고,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힘이 없다.
물론 홈런 타자는 삼진도 많은 법이지만, 홈런이 하나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삼진 비율만 폭등했다. 노시환의 개인 통산 삼진 비율은 23% 수준이고, 그나마 지난 4년은 자신의 통산보다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삼진 비율이 33.9%까지 치솟은 것에 이어 볼넷 비율은 지난 3년간 유지했던 10%대가 무너졌다. 뭔가 분명한 문제가 생겼다.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가 경력 통산(.314)보다 훨씬 낮은 0.235라는 것은 현재 다소간 운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라고 보기에는 세부 지표가 너무 좋지 않다. 삼진 대비 볼넷 수치가 심각할 정도로 무너졌고, BABIP에 영향을 미치는 타구 속도 또한 지난해만 못하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 집계에 따르면, 노시환의 평균 타구 속도는 지난해 대비 13㎞ 이상 폭락했다. 설명이 어려운 하락이다.
만약 타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타구의 질이 살아 있다면 향후 반등할 것으로 기대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구 속도가 저렇게 폭락한 상황에서 단순한 ‘기우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공이 맞아도 팝플라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시환은 올해 내야 뜬공 비율이 무려 20%에 이른다. 의도적으로 한다고 해도 만들기 쉽지 않은 비정상적인 수치다. 지금은 스윙 궤적이나 메커니즘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열흘 사이에 교정이 된다면 열흘 뒤 올라올 수 있을 것이고, 한화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노시환은 공격은 물론 3루 수비에서도 비중이 큰 선수다. 철인처럼 뛴 노시환 덕에 한화는 3루 수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돌려 말하면 지금 3루수로 나설 선수들은 1군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강백호가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한화가 원하는 지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노시환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이날 노시환을 비롯해 총 5명의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최근 경기력은 물론 사생활 구설수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투수 윤성빈과 최충연을 동시에 1군에서 말소했다. 지난해 엄청난 구위로 큰 주목을 받았던 윤성빈은 올해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29라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최충연도 7일 KT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KT는 우완 문용익이, SSG는 내야수 김민준이 각각 2군행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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