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시한부 선고받은 여자를 사랑한 남자

▲ 영화 <남은 인생 10년> ⓒ (주)디스테이션

[영화 알려줌] <남은 인생 10년> (The Last 10 Years,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타카바야시 마츠리'(고마츠 나나)는 스무 살이 되던 해, 난치병으로 10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사랑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의연하게 남은 생을 살아가던 '마츠리'는 동창회에서 만난 '마나베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냄과 동시에 줄어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한편, '카즈토'는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을 살며, 생의 의지를 잃어버렸으나, '마츠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희망과 삶의 목표를 갖게 된다.

<남은 인생 10년>은 이른바 일본의 '시한부 인생물', '연애 영화'를 답습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원작가 코사카 루카의 동명 소설은 실제 그의 인생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

코사카 루카는 대학 졸업 후에 원발성 폐고혈압증이 발병하는데, 그 후에도 집필 활동을 이어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에 기반한 소설 <남은 인생 10년>(2017년)으로 데뷔했다.

안타깝게도 코사카 루카는 문고판 교정을 끝낸 직후에 세상을 떠났고, SNS를 중심으로 '너무나 애달픈 연애 소설'이라는 반향을 일으켰다.

아베 전 총리의 사학 비리 스캔들을 소재로 한 심은경 주연의 영화 <신문기자>(2019년)로 주목받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이야기의 목표나, 감정의 끝이 미리 정해져 있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에 '시한부 인생물'에 일종의 저항이 있었다.

그래서 <신문기자> 촬영을 끝낸 이후 프로듀서로부터 받은 <남은 인생 10년>의 연출 제의에 고민했다고.

하지만 원작을 읽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투병 중 추가로 쓰인 부분의 생생함이 엄청났고, 코사카 씨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것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이 소설을 실사화하는 것이 아니라, 코사카 씨의 삶의 증거를 새겨나가면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융합 같은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참여를 결심했다.

단, 감독은 <남은 인생 10년>을 연출하는 첫 번째 조건으로 1년간의 촬영 기간을 내걸었다.

극 중의 10년을 1년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마츠리'와 '카즈토'가 함께한 즐겁고도 애절한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계절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날씨, 온도, 냄새, 체온 등이 배우들의 연기에 가져오는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고 싶었다"라면서, 1년의 촬영을 절대 양보할 수 없던 이유를 밝혔다.

2020년 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겨울을 지나, 2021년 초여름에 촬영을 끝낸 영화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에도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겨울 설산의 산장 장면에서, 한층 깊어진 밤을 보낸 '마츠리'는 사랑을 그만 멈추려 하고, 뒤늦게 '마츠리'의 상황을 알게 된 '카즈토'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한다.

전형적인 '일본 신파 영화'를 향해 가지만, 이마무라 케이스케 촬영감독은 처음에는 이 장면을 다큐멘터리 풍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며 찍으려고 했다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남은 인생 10년>은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을 보는 맛이 있다.

독보적인 외모로 12세에 모델로 발탁돼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고마츠 나나는 일본의 비주얼 거장,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2014년)으로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38회 일본 아카데미 신인배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7년)를 통해서 훌륭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 고마츠 나나는, 이번 작품에서 '마츠리'를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 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캠코더 장면은 실제로 고마츠 나나가 촬영한 영상인데, 1년에 걸쳐 '마츠리'의 눈으로 인생을 기록해 온 고마츠 나나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날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복받쳐 흘러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마음을 키워가는 '카즈토' 역의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 드라마 <시그널>(2016년)의 리메이크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2016년)의 '켄토'(한국에선 이제훈이 맡았던 '박해영' 역할)로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였었다.

"어설픈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라고 작품에 임한 의지를 밝힌 그는 목소리 톤의 변화로 인물의 성장을 드러내고자 했다. 조금씩 낮아지는 목소리와 말투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카즈토'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 밖에도 '카즈토'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선술집 사장 '겐' 역할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인 릴리 프랭키가 등장해 국내 팬들에게 반가움을 준다.

남은 인생 10년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 마츠시게 유타카, 쿠로키 하루, 릴리 프랭키, 야마다 유키, 나오, 이구치 사토루, 다나카 테츠시, 하라 히데코
평점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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