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살인 낳은 코인 광풍, 끝 아닐 것

김홍수 논설위원 2023. 4. 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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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개발한 도지 코인. 세계적인 코인 광풍과 더불어 한때 하루거래액이 17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비트코인의 ‘검은돈’ 기능이 처음 부각된 곳은 키프로스였다. 러시아 재벌의 조세 피난처였던 키프로스가 2013년 금융 위기로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EU는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 40%의 세금을 물릴 것을 요구했다. 놀란 러시아 재벌들이 비트코인으로 갈아탔다. 개당 40달러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새 150달러로 폭등했다. 비트코인에 ‘디지털 금(金)’이란 별칭이 붙었다.

▶2021년 비트코인이 개당 6만8790달러(약 9000만원)를 찍으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세계적으로 코인 광풍이 불었다. 미국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의 하루 거래 금액(17조원)이 한국 증시 총거래액(15조원)을 웃도는 일까지 등장했다. 한국산 토종 코인, 김치 코인도 우후죽순 생겼다. 종류가 600종이 넘고, 시가총액은 23조원에 달했다. 김치 코인 투자자가 690만명까지 불어났다.

▶코인 사기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사기 수법은 러그 풀(rug pull),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등 크게 2가지다. 가상화폐를 개발한다면서 투자금을 모은 뒤, 야반도주하는 수법이 러그 풀이다. 양탄자(rug)를 확 잡아당겨 사람을 넘어트린다는 뜻이다. 진돗개 이미지를 활용한 ‘진도지 코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스퀴드 코인’이 러그 풀에 속한다. 돼지 도살은 처음엔 소액 투자금을 돌려주며 안심시킨 뒤 판을 키워 거액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범죄로 인한 피해액이 4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표적 금융 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액보다 70% 이상 더 많다. 5년간 경찰이 잡은 코인 사기꾼이 1976명에 이른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코인은 거래 기록이 모두 남아 있어 사기꾼 추적이 어렵진 않다. 그래서 요즘 코인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대신 거래 내역 정보를 비공개하는 코인인 ‘프라이버시 코인’을 요구한다고 한다. 또 디지털 범죄 세상에선 거래 대상 가상화폐가 수사기관의 추적 대상인지 아닌지를 수수료를 받고 분석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서울 강남 3인조 납치·살인의 범행 동기가 가상화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인 투자 피해자가 자기 인생을 구렁텅이로 내몬 가상화폐 관련자를 해친 사건으로 보인다. 욕망의 용광로 같던 코인 광풍이 우리 사회에 범죄의 씨앗도 뿌려 놓았다. 코인 사기 피해자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다. 언제 어디서 유사 사건이 발생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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