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 패널값 부담 완화 '숨통'...불확실성은 지속
올해 들어 크게 상승한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점차 안정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원가 부담도 연말로 접어들며 소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심리 둔화로 LCD TV 수요가 둔화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매량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연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TV용 LCD 공장 매각과 일본 샤프의 생산 중단으로 공급량이 감소하고, 중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가격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디스플레이패널(TV·모니터용 화면표시장치) 매입액은 2조7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 감소했다. 1분기에 1조90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2%, 2분기에는 1조9219억원으로 56.8% 증가했던 상반기에 비해 매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
LG전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회사는 3분기에 전년동기보다 11.3% 늘어난 1조1652억원어치의 LCD 모듈을 사들였지만 1분기(17.6%), 2분기(27.9%)와 견주면 증가 폭 오름세가 주춤하는 흐름이다.
올 들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LCD 공급망에서 의도적인 가격인상이 두드러졌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가 LCD 생산 비중을 낮춘 반면 BOE와 CSOT, HKC를 비롯한 주요 중국 LCD 제조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크게 확충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이후 중국 기업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 1분기에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패널 값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패널 제조 업체들의 감산 효과로 인한 가격 상승은 2분기까지 이어졌다.
다만 TV 시장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며 가격이 추가 인상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5월 136달러까지 오른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9월 126달러로 하락 전환했다.
원가 압박이 커지고 전방수요가 부진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분기에는 LCD 매입 규모를 더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TV 수요 환경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TV 제조사들은 패널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하반기 들어 매입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TV 시장에서 LCD 기반 제품의 비중은 약 80%로 여전히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QLED'와 'QNED'라는 제품명으로 프리미엄급 LCD TV를 판매하고 있다. LCD 패널 기반으로 자체 기술력을 더해 화질과 사용성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패널 가격 인상 추세가 잦아들면서 원재료 조달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올 9월 일본 샤프의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츠(SDP)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지배력이 보다 강해진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삼성전자는 SDP에,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상당한 LCD 패널 물량을 의존하고 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이 다시 공급을 줄이며 가격하락 압력을 상쇄할 여지가 남아 있다. 시장조사 업체 DSCC는 내년 1월까지 LCD 패널 가격이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의 전략 변화로 가격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솔 기자